[남북 면회소 설치 합의/의미-과제]이산상봉 정례화 틀 마련

  • 입력 2000년 6월 30일 19시 28분


남북이 금강산 적십자회담에서 이산가족면회소 설치에 합의한 것은 이산가족문제 해법의 새로운 장(場)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산가족면회소 설치는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및 제도화의 틀을 만든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남북이 72년 제1차 적십자 본회담을 시작한 뒤 약 30년만에 일궈낸 값진 성과이기도 하다. 특히 기대를 높이는 것은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의 대체적인 시기가 잡혔다는 점이다. 남북은 이번 회담에서 9월초 비전향장기수 송환직후 후속회담을 열어 면회소를 설치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빠르면 9월부터는 상주직원이 운영하는 이산가족면회소가 설치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이 후속회담 일정을 명시하지 않고 ‘비전향장기수 송환 직후’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이 문제가 완전 타결된 것이 아니라는 우려섞인 지적도 없지 않다.

남측은 당초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를 합의서안에 별도항목으로 만들어 8월중 설치하자고 제의했었다. 그러나 북측은 후속회담 일정도 못박지 않은 채 원칙적으로 합의한다는 자세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북측의 이 같은 입장은 다음 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해 처음부터 협의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북측이 면회소 설치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은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의 진전에 비춰볼 때 비관적이지 않다는 시각이다.

남북 합의에 따라 당장 해야 할 일도 많다.

남북은 추후 협의과정을 통해 8월15일 3박4일간 서울과 평양을 동시방문할 이산가족 교환방문을 위한 세부 절차를 확정해야 한다. 우선 이산가족 상봉대상자 100명을 선정하기 위해 7월중 이산가족 200명의 명단을 상대방에게 전달해 생사확인 작업을 벌여야 한다. 또 비전향장기수를 송환하기 위해 북송 희망 여부를 확인하는 등 짧은 기간에 복잡한 준비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장소를 두고 북측과 지루한 공방도 벌여야 한다. 남측은 판문점이 교통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편리하다는 입장이지만 북측은 내심 금강산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남북이 ‘6·15공동선언’을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행동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이는 앞으로 잇따라 열릴 각종 남북대화에서도 남북이 상호 양보 속에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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