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돈세탁 감시기구 내년초 설립…외환거래 자유화맞춰

  • 입력 2000년 6월 28일 18시 31분


불법적으로 조성된 자금의 돈세탁을 막기 위해 정부가 ‘검은 돈’의 흐름을 전담 감시하는 별도 기구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금융실명제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97년 국회에 제출된 자금세탁방지법이 15대 국회 임기만료로 지난달 자동 폐기됨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돈세탁 감시기구를 이르면 내년 초에 설립할 방침이라고 28일 밝혔다.

이 기구는 은행 등 일선 금융기관과 신고체계를 갖춰 뇌물수수 횡령 배임 탈세 등 불법적으로 형성된 자금이 제도 금융권을 통해 정상적인 돈으로 둔갑하는 과정을 감시하게 된다.이 과정에서 불법거래 혐의가 포착될 경우 수사기관과 국세청 등에 관련정보를 전달한다는 것.

재경부 관계자는 “자금세탁 행위에 대한 규제는 유사범죄의 확산을 차단하고 금융거래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계 53개국이 채택하는 제도”라며 “경제정의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가능한 한 조속히 입법절차를 밟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시행방법과 관련, 외환거래 전면자유화에 대비해 내년 초 출범하는 대외금융거래정보시스템(FIU)을 확대 개편한 후 돈세탁 방지기능을 부여하는 방안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9월 정기국회에 FIU설치법 제정안을 제출할 때 업무영역으로 외국환거래와 국내 모든 금융거래를 포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또 금융기관들이 불법혐의가 있는 거래를 신고할 수 있도록 고객 정보제공을 금지하는 금융실명제의 비밀보호조항도 일부 수정할 계획이다.

재경부 법무부 금융감독원 국세청 검찰 경찰 등 관련기관 직원 19명으로 구성되는 FIU는 불법 외환유출입을 막기 위해 일정금액 이상의 외환거래나 범죄 개연성이 있는 거래에 대해 금융기관 창구직원이 즉각 보고토록 의무화하게 된다. 이를 지키지 않았다가 나중에 범죄와 연관이 있는 거래로 확인되면 신고의무를 게을리한 책임을 해당 창구직원에게 묻는다는 것.

재경부는 FIU를 통한 돈세탁 감시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기존 자금세탁방지법을 다시 손질해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정부의 이같은 방안은 정치자금에 대한 감시로 오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정치권의 반발은 물론 고객 거래정보 보호와 상충되는 측면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재경부는 “시행되더라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고대상을 항목별로 세분화하고 정보제공 대상을 수사 목적으로 엄격히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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