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남북경협 '법률인프라' 구축 시급"

  • 입력 2000년 6월 14일 21시 48분


남북경협이 남북 화해와 통일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법치주의와 기능주의적 사고에 기반을 둔 법률 인프라 의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의 남북경협이 정치논리에 기반한 일시적이고 호혜적 성격이 짙었던데 비해 앞으로의 경협은 철저한 법적 기반 위에서 진행해야 낭패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94년부터 북한법을 연구해온 김상균(金庠均)수원지법 평택지원장은 14일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면 여러 복잡 다단한 법률문제가 발생할 것 이라며 상황 진전에 따라서는 우리 기업이나 국민이 북한의 재판소에서 재판을 받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고 충고했다.

김지원장은 이어 이같은 분쟁까지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갖춰야 남북경협 등 교류가 남북 모두에게 신뢰와 이익을 줄 수 있다 고 말했다. 북한은 90년대 이후 대외 경제개방과정에서 치밀하게 관계 법령 등을 준비해 외국과의 거래에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92년에 외국인투자법과 합작법, 외국인기업법 등을 제정한 이래 93년 자유경제무역지대법, 94년 합작법, 95년 대외경제계약법과 대외민사관계법 등을 잇따라 제정해 외부에 공개해 왔다.

한 변호사는 북한은 외교 교섭이나 경제교류 등에서 일관성과 법, 합의 등을 중요한 수단으로 삼아 왔다 며 우리 정부와 법조계도 이같은 북한의 법을 치밀하게 연구해 경협 관련 협정이나 법제화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 고 말했다.

특히 북한의 대외민사관계법은 북한의 관할에 속하는 분쟁에 대해 내려진 외국의 판결은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고 규정하고 있으며 국제적 관례인 상호주의 를 인정하지 않는 등 앞으로 남북한 실무자들이 논의해야 할 법적 문제가 많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 92년부터 북한법을 연구해온 법무부에서는 경협과 관련해 우선 해결해야 할 법률 인프라로 △투자보장협정 △이중과세방지제도 △결제제도 △지적재산권제도 △상사(商事) 등 민사분쟁 해결제도 △기업가들의 안전보장 제도 등을 꼽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상회담에서 경협 확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법제화에 대한 검토작업에 들어갈 수 있을 것 이라며 법무부내에 경협 법률자문단 을 두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대북 경협문제에 밝은 신모 변호사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난도 경제에 대한 잘못된 법과 잘못된 운용이 불러온 비극이며 남북경협 문제도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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