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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2월 18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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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대구방송국 컴퓨터에 해커가 침입, 홈페이지의 내용과 프로그램 일부를 멋대로 바꾸어 놓은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 방송국의 홈페이지에 침입한 해커는 지방 Y대학의 3학년생 최모씨(22). 최씨는 12일 오전 5시반경 이 방송국 홈페이지 운영서버에 침입한 뒤 컴퓨터시스템의 패스워드 파일을 자신의 컴퓨터로 빼냈다.
이어 최씨는 ‘크랙’이라는 특수프로그램을 사용해 암호를 해독한 뒤 시스템 버그를 이용, 시스템 최고관리자 권한을 획득함으로써 이 방송국의 홈페이지를 완전히 장악했다.
최씨는 홈페이지에 내장된 접속관련 기록을 모두 삭제하는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 연예인의 음악과 춤이 나오도록 프로그램을 변경했다.
18일 구속영장이 신청된 최씨는 “야후와 CNN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이트들이 해킹당하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이끌려 방송국 홈페이지를 해킹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에는 시민단체인 반부패국민연대 홈페이지가 엿새 동안 연속 해킹당했다. 6개월만인 18일 경찰에 의해 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구속영장이 신청된 해커 역시 서울 B대학 4학년에 재학중인 하모씨(23).
지난해 8월8일 반부패국민연대의 홈페이지에 침입한 하씨는 방명록 프로그램의 허점을 이용, 관리자 권한을 얻어낸 뒤 홈페이지 배경화면을 남녀의 성행위 장면으로 바꿔놓았다. 뒤늦게 해킹사실을 안 연대측이 복구작업에 나섰으나 하씨가 관리자 비밀번호를 바꿔놓는 바람에 연대측은 엿새 동안 멋대로 진행되는 하군의 해킹을 그저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씨 역시 경찰에서 “호기심과 나의 컴퓨터 실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관심을 끌고 싶어 해킹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8월 부산의 H무역회사도 홈페이지가 해커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는 피해를 보았다. 범인은 이 회사 홈페이지를 관리하다 해고된 박모씨(24).
불구속입건된 박씨는 경찰에서 “해고된 것에 불만을 품고 해킹했다”고 진술했다. 이 회사는 박씨가 홈페이지 복구에 필요한 백업용 자료까지 모두 파괴하는 바람에 홈페이지를 복구하는 데 무려 2개월이나 걸렸다.
한편 경찰은 이같이 호기심 차원의 해킹사건이 잇따르자 사이버수사대원 전원을 비상근무시켜 과거 해킹사건으로 입건된 해커 65명 등 그 동안의 정보를 통해 신원이 확보된 악성 해커 400여명에 대해 집중 감시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