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영회장 "내 마누라 구속시켜 속시원하죠"

  • 입력 2000년 1월 13일 01시 35분


“내 마누라까지 구속시키니까 속이 시원하지요.”

항소심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나온 최순영(崔淳永)신동아그룹회장은 12일 오후 공판직후 검사석에 있던 서울지검 의정부지청 조은석(趙垠奭)검사에게 말을 건넸다.

조검사는 지난해 외화밀반출 사건 수사의 주임 검사이자 옷로비의혹 사건 수사 당시 이형자씨 자매를 조사했던 인물. 최회장은 이날 조검사에게 쓴웃음을 지으며 “속시원하지 뭐”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최회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조검사는 어색한 표정으로 “고생하십시오”라고 대답했고 재판이 끝난 뒤 “나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는 검찰조직 전체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토로한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회장의 부인 이형자(李馨子)씨는 11일 위증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꼭 11개월 전인 지난해 2월11일 최회장은 외화밀반출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부부가 함께 수난을 겪고 있는 셈이다. 최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지난해 10월22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최회장 부부의 수난은 중간에 반전되는 듯했다. 특별검사팀이 12월20일 옷값 대납 요구가 있었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해 이씨의 손을 들어줬던 것.

그러나 대검이 특검수사를 완전히 뒤집으면서 최회장 부부는 수난의 원점으로 돌아갔다. 경영진이 바뀐 신동아건설은 10일 이씨가 재단 이사인 서울 양재동 횃불선교센터의 공사대금 390억여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뒤늦게 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로비를 시도하려한 최회장 부부의 도덕적인 문제점을 드러내려는 의도에서 ‘옷 사건’의 밑그림이 당초의 각본과 달라진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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