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차 과속방지 표시등, 10대중 7대 꺼놓고 질주

  • 입력 1999년 5월 7일 20시 01분


대형 차량의 과속방지를 위해 실시중인 속도표시등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3일 낮 12시부터 두시간동안 중부 및 영동고속도로를 운행한 고속버스 등 대형버스 1백19대와 15t이상 대형 화물차 2백77대를 조사한 결과 대형 차량 10대 가운데 7대가 속도표시등을 작동하지 않고 운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속도표시등은 대형 차량의 앞면 유리창 바깥쪽 윗부분에 설치돼 법정규정속도(고속버스 시속 1백㎞ 미만, 화물차 시속 80㎞ 미만)일 때는 녹색등, 그 이상이면 빨간등이 켜지는 자동점등장치.이 장치는 운전석에도 연결돼 운전자가 쉽게 과속여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취재팀의 확인결과 규정대로 속도표시등이 작동중인 고속버스와 트럭 등 대형 차량은 1백36대(34.3%)에 불과했으며 대부분(65.7%)이 작동되지 않고 있었다.

더구나 표시등이 작동중인 차량도 대부분(76.8%)이 속도표시등에 빨간 불이 켜져 과속운행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황은 대형 버스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했다.

고속버스 10대 가운데 8대 이상이 아예 속도표시등을 켜지 않았으며 일부 속도표시등이 작동되는 대형 버스 가운데는 비슷한 속도를 내고 있던 옆차로의 버스는 속도표시등이 빨간 불임에도 녹색등이 켜져 있어 조작한 듯 보였다.

교통전문가들은 이처럼 속도표시등제도가 ‘사문화’된 이유를 관계당국의 사후관리의지 실종에서 찾고 있다.

속도표시등 의무장착은 건교부 부령으로 규정돼 자동차검사시 속도표시등 미장착이나 고장시 과태료 2만원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상의 단속효과를 거둘 수 없는 것. 차령에 따라 1∼2년에 한번 받게되는 검사시에만 표시등을 정비해 검사를 통과한 뒤 곧바로 작동을 정지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녹색교통운동 민만기(閔萬基·35)사무처장은 “속도표시등을 일부러 고장을 내 운행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이를 막을 수 있도록 고속도로 등 운행현장에서 경찰이 적극적으로 단속해야한다”고 말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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