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영문홈페이지 애국가 소개, 곳곳 오역투성이

  • 입력 1998년 12월 13일 19시 06분


우리 문화를 해외에 알리려면 맨 먼저 외국어 번역을 거쳐야 한다. 노벨문학상을 타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의 번역 현실은 참담하다.

한국을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청와대 영문 홈페이지부터가 수준 이하다. 애국가 가사 영문 번역을 보면 1절 끝부분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가 ‘God watch o’er our land forever! Our country forever!’로 번역돼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만세’가 ‘Our Korea manse!’로 되어 있었다. 영문으로 번역하면서 ‘만세’를 그냥 우리말 발음대로 표기했던 것이다.

완벽한 오역이다. 이 문장은 ‘하나님이 우리를 보우하시므로 우리가 영원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Long Prosper our fatherland with God watching o’er it’ 정도는 되어야 한다.

후렴도 문제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을 ‘Rose of Sharon,thousand miles of range and river land!’로 변역, 그 뜻을 ‘수천마일에 걸친 무궁화, 그리고 강의 나라’로 바꾸어 놓았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사무총장 권태준)는 지난 1년간 청와대 해외문화홍보원 국립공원 등의 한국 홍보 홈페이지와 한국관광공사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재관리국 등의 영문홍보책자 영문안내판 등을 꼼꼼하게 점검, 최근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해외문화홍보원의 ‘Korea Window’ 홈페이지에는 ‘김대중 행정부의 대북(對北)정책’을 ‘The North Korea Policy of the Kim Dae―jung Administration’이라고 표기해 ‘대북정책’의 의미를 불확실하게 만들어 놓은 우를 범하고 있다.

이러한 오역은 빙산의 일각이다. 부적절한 단어 사용, 문법적 오류, 오자는 물론이고 영어답지 못한 표현, 외국인에 대한 배려 부족 등. 뿐만아니라 기초 자료 부실로 인해 시대에 맞지 않는 옛날 정보를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우를 범하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그동안 숱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번역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잘못된 번역(특히 공공성을 띤 것)을 모니터할 수 있는 장치 마련 △로마자 표기법 개선 △전문 번역가 우대 및 인력 양성 등이 시급하고 강조한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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