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소환방침/수사전망]검찰,李총재 조사 쉽지않을듯

  • 입력 1998년 12월 1일 07시 25분


‘판문점 총격요청’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직접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힘에 따라 ‘총풍(銃風)’사건은 또 한차례 가파른 파도를 몰고올 전망이다.

검찰의 제1야당 총재에 대한 소환조사는 89년 서경원(徐敬元)의원 밀입북사건에서 당시 평민당 김대중(金大中·현 대통령)총재를 조사한 이후 9년만의 일. 검찰은 이총재의 개입혐의가 드러날 경우 법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이 이총재를 소환하려는 것은 한성기(韓成基)씨 진술에 근거하고 있다. 한씨의 진술내용은 “베이징(北京)으로 떠나기 하루전인 지난해 12월9일 이후보의 유세장으로 찾아가 ‘특단의 카드 협상 정보보고서’를 이후보에게 건넸다”는 것. 한씨는 또 베이징에 다녀온 이후에도 이후보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검찰조사에서 진술했다.

앞의 진술은 사전에 한씨의 컴퓨터에서 ‘물증’을 확보한 검찰의 추궁에 따라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검찰은 또 한씨가 베이징에서 이후보의 동생인 이회성(李會晟)씨에게 두차례 국제전화를 건 사실도 밝혀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같은 진술에 따라 이총재측이 사전에 총격요청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를 밝히기 위해 이총재를 소환해 조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총재에 대한 조사와 사법처리에는 몇가지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 이총재측이 소환에 응할지가 불투명하다. 이총재가 ‘야당탄압’ 등을 주장하며 소환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이총재가 한씨로부터 총격요청 계획을 직접 보고받았는지 여부도 아직 확실치 않다. 한씨가 이총재에게 보고한 문건에는 ‘총격요청’은 없고 ‘북한 카드’라고만 적혀 있다. 한씨는 법정에서 ‘총격요청’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도 했다.

이총재가 총격요청 계획을 보고 받았다 하더라도 사법처리에는 문제가 남는다. 이총재가 보고를 받은 후 적극적으로 지시를 하는 등 직접 ‘개입’한 사실을 밝혀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검찰주변에서는 총풍수사가 새 국면에 접어들기는 했지만 이총재에 대한 사법처리로 이어지기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검찰이 아직 공개하지 않은 증거와 진술 등을 추가로 확보하고 있어 이총재측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파문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으리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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