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법무장관 보고]공안사범 사상전향제 없앤다

  • 입력 1998년 7월 2일 07시 22분


공안사범들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사상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해야만 가석방과 사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사상전향’제도가 폐지된다. 박상천(朴相千)법무부장관은 1일 오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국정과제 추진실적 및 계획을 보고하면서 사상전향제도의 폐지를 건의했다.

박장관은 “공안사범이라도 개인의 사상과 신념을 포기하게 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국내외의 논란이 있었다”며“ 대신 ‘준법서약서’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보고했다.

공안사범들이 사상전향여부에 관계없이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준수하고 폭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준법서약서’를 제출하면 가석방과 사면 등에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것.

법무부는 이를 위해 안기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가석방심사 등에 관한 규칙 등 관련 부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사상전향제도는 1933년 일제가 ‘사법당국통첩’을 제정, 구속된 사상범들에게 ‘일왕에 대한 충성서약’을 석방조건으로 내세운데서 유래돼 해방 후 간첩 및 좌익사범들의 석방조건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는 어떤 생각을 마음 속에 품을 수 있는 내심(內心)의 자유까지도 포괄하는 개념인 반면 사상전향제도는 이같은 내심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등 재야단체들은 국내에 미전향 장기수 17명을 포함, 6백50여명의 이른바 ‘양심수’들이 수감돼 있다고 주장해왔다.

법조계는 정부가 사상전향제도를 폐지키로 한 것은 일단 이 제도의 위헌논란을 없애고 궁극적으로 인간 존엄성의 보장을 위한 진일보한 조치로 평가하고 있다.

한편 김대통령은 박장관으로부터 3·13특별사면에서 제외된 공안사범과 선거사범 각종비리사건에 연루된 주요인사 등을 8·15사면에 포함시킬 수 있게 해달라는 건의를 받고 “정부수립 50주년에 맞는 8·15광복절인 만큼 과감한 사면과 복권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권노갑(權魯甲) 홍인길(洪仁吉)전의원 등 한보사건 관련자들과 사노맹사건으로 구속돼 복역중인 시인 박노해씨(41·본명 박기평)와 백태웅(白泰雄·36·사노맹중앙위원장)씨, 미전향장기수 등 공안사범 등이 대거 사면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각종 선거에서 선거법위반혐의로 기소돼 유죄확정판결을 받은 정치인들이 사면 복권돼 피선거권을 되찾게될 전망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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