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7호선 침수사고 원인]「水中鐵」은 결국 「人災」

  • 입력 1998년 5월 6일 19시 56분


서울지하철 7호선 침수사고는 집중호우 때문에 빚어진 천재(天災)인가 아니면 미리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인가. 관계자들의 증언과 사고 당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천재’ 보다는 ‘인재’ 쪽에 훨씬 더 무게중심이 쏠려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 대비소홀 ▼

기상청은 침수 전날인 1일 오전5시 “1일 밤부터 2일까지 전국에 20∼60㎜의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한 뒤 2일 오전4시 서울 경기 등 전국 대부분 지방에 호우주의보를 발효했다.

하지만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안전점검을 하지 않았다. 야간 근무자들도 1일 오후10시 순찰을 끝낸 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 임시제방 ▼

부실중랑천 물의 터널내 유입을 막기 위해 만든 임시 물막이를 현대건설측이 공사편의를 위해 임의로 약 1.4m 낮췄다는 주장이 서울시에 의해 제기됐다.

설령 규정대로 된 물막이가 세워져 있었더라도 11개역을 쑥밭으로 만들 정도로 거세게 밀려든 중랑천의 물을 막을 수 있었겠느냐는 논란이 있지만 서울시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현대측은 설계를 무시한 채 제방의 높이를 낮춤으로써 피해규모를 크게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 2중 안전장치 미확보 ▼

침수구간에는 임시 물막이가 있기는 했지만 고작 76㎜의 비에 허물어질 정도로 부실한 물막이에 매일 2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지하철의 안전대책을 맡겼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 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상 우기(雨期)는 6월이 지나야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빗물 유입 차단벽 공사를 이달 20일까지 마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하태원·하정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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