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선거풍속 바꿨다…『한표찍고 서둘러 일터로』

  • 입력 1997년 12월 18일 19시 20분


국제통화기금(IMF)시대의 경제난국이 선거일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제15대 대통령 선거일인 18일 투표를 마치고 곧바로 일터로 향하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가 많았다. 반면 놀이시설이나 유원지를 찾는 행락객이 크게 줄어 「선거일 특수」를 노리던 놀이공원 스키장 등은 한산했다. 이날 오전 6시반경 일찌감치 투표를 마친 장성환(張誠桓·32·N그룹 사원)씨는 『얼마전 부도가 난 회사를 살리기 위해 공휴일에 상관없이 투표를 하고 직장에 나간다』고 말했다. 출근 전 투표를 마치려는 유권자의 행렬로 오전 투표율이 부쩍 늘어난 것도 변화된 현상. 서울 광진구 구의1동 제1투표구 관리간사 김상규(金相圭·49)씨는 『오전 6∼8시 출근시간대에 정장 차림으로 투표소를 찾는 30,40대 남자유권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 집계에 따르면 오전 9시를 기준으로 전국 유권자 3천2백29만여명 중 11.4%인 3백67만9천여명이 투표를 마쳤다. 이는 14대 대선 당시 같은 시간까지의 투표율 6.7%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 지난 대선에 비해 투표시작 시간이 1시간 빠른 점을 감안하더라도 출근시간대 투표율이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예년처럼 등산복 등 나들이차림으로 투표장을 찾는 유권자를 찾아보기도 힘들어졌다. 중소기업인 박홍일(朴弘一·29·의류업·서울 성북구 종암동)씨는 『선거일에 4개 거래처와 약속을 했는데 대부분의 거래처가 예전과 달리 영업을 해 불경기를 실감했다』고 전했다. 서울 남대문과 동대문 재래시장과 대부분의 음식점 공산품가게 등이 정상 영업을 한 반면 도심 인근의 대형 놀이공원이나 경기 강원 일대의 유명 스키장 등은 뜻밖의 한산함에 놀라는 표정이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18일 오전 서울을 빠져 나간 차량이 평소 일요일 교통량의 70% 정도로 평일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며 『중부 영동고속도로 등 경기 강원 등지 스키장으로 통하는 주요도로도 전체적으로 원활한 소통을 보였다』고 말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이날 정오 현재 92년 대선일에 비해 20%이상 줄어든 1만여명이 입장했다면서 『소비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대선일까지 이어진데다 많은 가정에서 투개표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외출을 삼간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이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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