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속 체납 『눈덩이』…체납자들 『낼 돈 없다』 배짱

  • 입력 1997년 11월 18일 20시 13분


「금융 위기」의 상황에까지 이른 극심한 불황으로 사상 최대의 세금 체납이 예상됨에 따라 연말을 앞두고 세무서마다 「세금징수 비상」이 걸렸다. 8월 국세청이 밝힌 올 세수 부족액은 3조5천억원. 서울의 각 세무서에는 법인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액인 부가가치세 체납액만 한달 평균 50억원을 넘고 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10∼20%씩이 늘어난 수치. 이처럼 체납액이 크게 증가하자 세무서마다 부족한 세수를 조금이라도 보충하기 위해 직원들이 세금체납자를 직접 찾아 다니며 납부를 독촉하는 한편 체납자의 재산을 확보하느라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부도를 낸 자영업자들이 종적을 감춘 경우가 많아 체납자의 주소지를 찾아가도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무서 직원들이 일과시간인 낮에 체납자를 찾아 다니느라 업무는 일과시간후인 밤에 처리할 수밖에 없어 일주일에 4,5일 정도는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있다. 세금 체납액이 눈덩이처럼 증가하자 국세청은 올해부터 세금징수 실적이 나쁜 세무서의 간부들을 본청으로 불러 세금징수를 독촉하는 등 일선 직원을 독려하고 있다. 서울 K세무서 박모과장은 『매달 말이면 다음달 체납세액을 어떻게 줄여야 할지 고민하느라 징수과 직원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체납자의 재산을 압류해 성업공사측에 공매의뢰를 해도 예년과 달리 잘 팔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년 전에는 세금을 100% 징수하는 직원이 더러 있었으나 요즘은 체납액 가운데 30%만 받아내도 훌륭한 직원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세무서 직원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정부정책의 잘못을 따지며 세금을 못내겠다고 버티는 체납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 서울 J세무서 김모과장은 『예전에는 직원들이 체납자들을 찾아가면 「빠른 시일안에 내겠다」고 사정하던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으나 올해는 「정부가 경제를 망쳐놓는 바람에 세금 낼 돈마저 없다」고 항의하는 체납자가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현두·금동근·윤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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