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불황과 늘어난 부도 여파로 금융 창구가 막혀 추석 자금수요까지 겹친 기업들의 돈가뭄이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보 기아 등 부도 또는 부도유예 그룹의 협력업체들은 추석보너스는 커녕 정상적 임금지급도 어려운 궁지에 몰리고 있다.
몇개의 재벌그룹만이 추석자금 확보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밝힐 뿐 많은 대기업들까지도 자금불안을 호소, 기업자금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28일 추석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체가 기아 한보 진로그룹 등의 협력사를 포함해 3만업체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 LG 현대 대우 선경 등 몇 그룹을 제외한 대다수 그룹이 발행한 어음이 제대로 할인되지 않아 이들 그룹의 하청업체들은 물품대금으로 어음을 받아놓고도 추석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이 바람에 서울 구로공단에 입주한 중소기업들의 경우 직원들이 조성한 회사복지기금을 회사 운영자금으로 전용하는 업체도 상당수 있다고 거래은행측은 밝혔다.
한편 종합금융사들은 자체보유 기업어음(CP)을 교환에 돌리지 않기로 지난 22일 결의했으나 은행 신탁계정이나 연기금 등에 판매한 물량이 돌아오면 교환에 돌리고 있어 기업들의 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부산지역 건설도급순위 1위인 국제종합토건은 종금사들의 결의가 있은 지 4일 뒤인 지난 26일 종금사들의 자금회수에 휘말려 끝내 최종부도를 냈다.
K그룹의 자금담당자는 『종금사들이 채권확보에 중점을 두면서 자금시장 경색이 심화됐다』며 『명동 등지의 사채시장조차 개점휴업상태』라고 말했다.
은행들도 대출여력은 있지만 신규대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으며 대출금의 만기가 돌아오면 20∼30%를 상환해야 만기를 재연장해주고 있어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기아 협력업체의 사정은 최악. 반월공단의 W사는 지난 10일 7월분 급여를 주지 못한데 이어 25일 상여금마저 지급하지 못했다.
기아그룹협력회사연합의 한 관계자는 『기아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 중 8월분 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 회사는 1백50여개사』라며 『이들은 추석자금 구하기를 아예 포기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추석 자금으로 4조5천억원 이상을 긴급방출한다고 하지만 현재와 같은 「신용공황」 상태에서 정말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들에 돈이 흘러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