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지방자치 2년평가/道총평]『사업유치戰 과열 양상』

  • 입력 1997년 6월 3일 08시 35분


자치의 제도적 여건이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종합행정기능을 수행하는 도(道)를 평가, 계수적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작업임에 틀림없다. 각 도는 출범초의 지역발전 비전과 공약을 가시화해야 하는 2차년도를 맞아 자율적 영역의 협소함, 인적 물적자원의 한계, 지방관료제의 경직적 행정행태, 도민의 성급한 기대욕구 등에 직면하면서 자치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격을 뼈저리게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의 미온적 정책협조와 재원확보상의 제약에 부닥치면서도 공약과 사업의 우선순위 재조정과 사업계획의 현실화에 매진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각 도가 첨단산업, 국제행사, 물류단지 조성 등 주요전략사업을 유치하고자 각축을 벌이고 있으나 지역자원의 특성과 비교우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우선 따고 보자」는 백화점식 사업추진 양상은 차기 단체장선거와 결부되어 과열될 여지가 있다. 이러한 노력이 도간 자율조정이나 중앙의 여과를 거치지 않는 한 국가재원의 비효율적 배분으로 귀결될 여지가 있다. 광범위한 규제권한과 재정수단을 갖고 있는 중앙정부의 사업계획과 지역계획이 연계될 때 도 지역의 대단위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도지사의 출신정당을 막론하고 예외없이 사업유치와 재원확보를 위한 대(對)중앙정부 설득노력이 경쟁적으로 전개되었다. 이와 같이 도와 도지사의 역량이 대 중앙정부 관계에서 좌우되는 측면이 많을 경우 자치시대 중앙정부와 도의 관계가 불균형한 상태로 경도될 가능성이 있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종합부문에서 충남이 최우수단체로, 그리고 경기 경남 경북이 우수단체로 평가된 것은 지역역량을 결집하고 지역발전의 가시적 성과를 가져오는데 의미있는 지도력을 발휘하였을 뿐 아니라 부문별 도정성과가 고르게 향상된데 기인한 것이다. 오연천<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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