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남편 먹이려고”…단팥빵 훔친 80대女, 처벌 대신 지원받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10일 15시 31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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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형편 속에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남편에게 먹일 단팥빵을 훔친 80대 여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복지 지원을 받게 됐다.

10일 경기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오후 2시경 고양시 덕양구의 한 무인 빵 가게에서 한 할머니가 단팥빵 5개를 계산하지 않고 들고 나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가게 인근에 사는 80대 여성을 절도 혐의로 체포했다. 이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좋아하는 단팥빵을 먹이고 싶었다”며 빵을 훔친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여성은 별다른 전과가 없는 기초생활 수급자로 확인됐다. 또 치매 등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80대 남편을 약 20년 동안 홀로 간병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단팥빵 5개의 값은 1만 원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 노부부는 병원 치료비 등으로 인해 빵 몇 개조차 살 여유가 없을 만큼 궁핍했던 것. 뒤늦게 이런 사연을 접한 가게 주인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경찰에 전했다.

이런 내용을 확인한 경찰은 무조건적인 처벌보다는 실질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고양서는 지난달 말 경미 범죄 심사위원회를 열어 여성에 대한 감경 조치를 결정하고 사건을 즉결심판으로 넘겼다. 즉결심판은 경미한 범죄에 대해 정식 형사재판을 거치지 않고 처리하는 제도로, 이 여성은 복잡한 재판 등 과정이나 전과가 남는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결심판과 별개로 경찰은 이 노부부의 거주지와 관할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긴급 생계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긴급 생계비 지원은 생계 곤란 등 위기 상황에 놓인 주민에게 구호 물품과 돌봄 서비스 등을 한시적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권봉수 고양서 형사과장은 “눈에 띄게 수척한 할머니의 사연을 듣고 직원 전체가 어떻게든 도움을 드리려 했다”며 “범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대응하더라도 생계형 범죄나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마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위기 상황에서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세심히 살피겠다”고 전했다.
#단팥빵 절도#기초생활수급자#간병#긴급 생계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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