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특혜대출비리사건 수사가 설연휴 동안의 소강상태에서 벗어나 「한보비리 커넥션」의 핵심을 파헤치는 단계로 돌입했다.
검찰은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이 관리해온 정치인과 전현직 고위관료 등의 소환조사를 위한 준비를 거의 마무리한 상태다.
정총회장이 검찰에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돈을 주었다고 진술한 정관계 인사는 모두 40여명선. 이중 액수가 1억원이 넘고 돈을 받은 동기가 애매한 정관계인사 10여명의 소환조사는 이미 「초읽기」에 들어선 상태다.
특히 정총회장이 14,15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와 통상산업위원회 소속 여야의원들을 상대로 조직적인 로비를 벌인 사실을 검찰은 상당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재정경제원 은행감독원의 일부 전현직 고위관료들도 특혜대출에 개입했다는 일부 관련 은행장들의 진술도 받아놓은 상태다.
검찰관계자들은 수사대상을 △대출압력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여권 실력자 등 정관계 인사 △사업 인허가과정에서 돈을 받은 관계 또는 지방자치단체 고위공무원 △정치자금 또는 떡값으로 돈을 받은 정치인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먼저 정총회장과 직거래하면서 특혜대출 과정에 개입한 여권의 실력자는 신한국당내 민주계 핵심인사 또는 청와대 출신 인사일 가능성이 크다.
정총회장은 한보지원 정책결정 과정에 정확하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민주계 인사나 청와대 관계자에게 집중적인 로비를 했을 것으로 수사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야당의 경우 한보문제가 국회에서 터질 때 이를 입막음해줄 수 있는 실세의원이나 상임위원장 등이 검찰 수사대상으로 거론된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정치인들이 받은 돈의 성격을 규명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관련 정치인들의 소환조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혜대출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거나 비리사실을 눈감아준 재경원 은감원 고위관계자들도 정총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형사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총회장은 정치인들과는 달리 전현직 관료 등에게 돈을 준 사실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입을 열지 않고 있어 수사가 쉽지 않다고 검찰관계자들은 전했다.
또 철강산업의 주무부처인 통산부와 당진제철소가 있는 충남 등 지방자치단체 고위관계자 중 일부도 각종 사업의 인허가과정에서 돈을 받은 혐의가 포착돼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단순히 정치자금 또는 떡값으로 돈을 받은 정치인의 경우다. 검찰은 이들의 형사처벌여부를 아직은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상임위 등에서 관련자료 제출을 요구한 뒤 질의를 하지 않는 등의 수법으로 「돈을 뜯어낸」 경우는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것.
한 수사관계자는 『14대 재경위 통산위 소속 의원으로 15대 총선에서 낙선한 일부 정치인의 공갈성 비리에 대해 정총회장이 입을 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돈을 받은 사실외에 대출압력이나 청탁을 한 사실이 추가확인되지 않는 한 정치인에 대한 소환조사는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방침이어서 정치권 수사에 대한 적지않은 부담이 있음을 시사했다.
〈최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