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두고 추석 연휴 기간동안 여야가 거친 설전을 주고 받고 있다. 급기야 고소·고발 전쟁으로까지 번졌다.
더불어민주당은 7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또 관련 의혹을 처음 제기한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도 고발한 상태다.
주 의원도 6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과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손가락질과 오해를 감수하더라도 국민의 삶에 한 줌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4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국민들에게 추석 명절 인사를 하고 있다. (KTV 캡처) 2025.10.4. 뉴스1
● 野 “48시간 거짓말” vs 與 “후안무치 억까”
이 대통령의 예능 출연을 처음 문제 삼은 것은 주 의원이다. 그는 3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자원 화재로 국민 피해가 속출할 때, 대통령은 무려 2일간 회의 주재도, 현장 방문도 없이 침묵했다. 잃어버린 48시간”이라며 JTBC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가 5일 방영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당시 “국정자원 화재로 국민 피해가 속출할 때 촬영했을 것”이라며 예능 촬영 일자를 공개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적 재난으로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2025.09.08. [서울=뉴시스]
대통령실은 즉각 반박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화재가 발생한 지난달 26일 오후 8시 20분경 이 대통령은 유엔 총회 참석 후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 있었다”면서 귀국 직후 오전부터 밤까지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27일과 28일 이 대통령의 화재 대응을 밝히며 “‘국정자원 화재로 국민 피해가 속출할 때, 대통령은 무려 2일간 회의 주재도, 현장 방문도 없이 침묵했다’는 주 의원의 글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 행위”라며 “대통령실은 억지 의혹을 제기해 국가적 위기 상황을 정쟁화한 점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후 촬영 일자를 공개하라는 야권의 요구에 대통령실은 4일 “28일 오후 (화재 대응) 회의 전에 예능 촬영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6일 방영된 ‘냉장고를 부탁해’ (JTBC 유튜브 캡처)
6일 방영된 ‘냉장고를 부탁해’ (JTBC 유튜브 캡처)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 대통령 부부는 5일 출연해 제철 식재료로 요리한 K-푸드를 홍보할 예정이었다”면서 “국가공무원의 사망으로 전 부처가 추모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JTBC 측에 방영 연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방송은 6일 이뤄졌다.
● 여야 고발전으로 번진 대통령의 예능 출연
사진=뉴시스추석 연휴 초반 이어지던 거친 설전은 결국 고발전으로 이어졌다.
칼은 민주당이 먼저 꺼내들었다. 민주당 모경종 의원은 주 의원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한가위에까지 대통령에 대한 허위 사실로 흑색선전을 일삼는 국민의힘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대통령실의 설명을 거짓 해명으로 호도하면서, 정작 거짓과 왜곡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주 의원도 고발로 맞대응했다. 그는 6일 대통령실 강 대변인과 민주당 박 수석대변인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주 의원은 “예능 촬영 시점을 국민에게 은폐할 목적으로 ‘국정자원(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후 냉부해를 촬영했다는 주 의원의 문제 제기는 허위사실’이라는 취지의 적반하장식 거짓 브리핑을 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7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48시간 의혹 제기에 (대통령실이) 소상히 설명하자, ‘냉부해’ 출연으로 역프레임을 짰다. 내란 정당의 후안무치 ‘억까’(억지로 까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장 대표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 48시간 거짓말’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는 명백한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특히 장 대표는 판사 출신으로 명예훼손죄가 중범죄임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 野, 화력 집중에 與도 철통 방어
7일에도 국민의힘은 이 사안에 대해 화력을 집중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가 전산망 마비라는 위기 앞에서도 카메라만 바라보는 이 대통령의 정치쇼 본능이야말로 내로남불이며 위선의 정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은 국민의 문제 제기를 명예훼손이라며 고발하겠다고 나섰다”며 “여당이 되더니 대통령의 법률 대리인이라도 자처하겠다는 모양이다. 야당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하기보다, 국민 앞에 부끄러워해야 한다”고도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0.02 [서울=뉴시스]앞서 장 대표도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의 48시간 행적은 결국 거짓말이었다. 거짓을 거짓으로 덮다가 결국 어제(4일) 지난달 28일 예능 녹화 사실을 시인했다”며 “심각한 국가적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무슨 생각으로 예능 촬영을 했는지, 극단적 선택을 한 담당 공무원의 발인을 피해 고작 하루 늦게 방송을 강행하겠다는 발상이 어디에서 온 것인가”라고 했다.
이에 민주당 부승찬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이 주장한 잃어버린 48시간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며 “국민의힘과 장 대표는 허위 사실 유포를 중단하고 거짓말에 대해 사과하라. 허위 사실 유포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대통령이 미국에서 귀국하자마자 보고를 받고, 이후로도 상황을 지속 점검했다는 사실이 시간대까지 상세하게 공개됐다”며 “폭음과 지각 논란의 ‘내란 수괴’만 봐왔으니, 일하는 대통령이 낯설만도 하다”고 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은 아무 데서나, 그 누구나, 이유도 없이 쏘아대는 총기난사범이 돼버렸다”며 “이성을 찾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박 수석대변인은 페이스북에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한 K-푸드 홍보’라는 방송사의 추석 특집 제작 의도는 명확했고, 대통령 내외 말씀 한마디마다 ‘K-푸드 확산과 수출과 산업화’에 대한 열정이 넘쳐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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