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지율 정체에 첫 TV토론 앞두고 탈당…사과, 절연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17일 1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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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17일 국민의힘 탈당을 선언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진 탈당을 요구한 지 이틀 만이다. 대선 후보 첫 TV토론을 앞두고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이 답보 상황에 빠지자 탈당 문제를 정리해 지지율 반등을 노려야 한다는 당내 기류를 반영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오늘 국민의힘을 떠난다”며 “길지 않은 정치 인생을 함께 하고 저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국민의힘을 떠나는 것은 대선 승리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전체주의 독재를 막고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며 “국민의힘 김문수에게 힘을 모아 달라.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 달라. 여러분의 한 표 한 표는 이 나라의 자유와 주권을 지키고 번영을 이루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공개한 ‘탈당의 변’에는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꼼수 탈당’, ‘선거용 탈당’이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역겹다”는 수위 높은 표현을 써서 비난했다.

그간 국민의힘 내에서는 6·3 대선을 앞두고 중도 확장을 위해 윤 전 대통령의 출당 또는 자진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측은 “대선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하겠다”면서도 탈당 여부는 김 후보의 결단에 맡기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김 후보도 “대통령이 잘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당내 탈당 요구에는 거리를 뒀다.

하지만 김 비대위원장 체제 직후 당 지도부는 공개적으로 윤 전 대통령 탈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특히 18일 열리는 대선 후보 첫 TV토론 전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윤 전 대통령 탈당 이슈가 장기화되면 탈당으로 인한 김 후보의 지지율 상승 효과가 반감될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15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당과 대선 승리를 위해 결단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며 ”대통령께 정중하게 탈당을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이 첫 TV토론 하루 전인 이날 탈당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15일 저녁과 16일 오전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김문수 대선 후보를 어떻게든 도와라”며 “나도 도움 되는 쪽으로 어떤 것이든 다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친윤계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탈당 여부를 본인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경선 이후 단일화 과정에서 내부 분열을 겪었던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을 계기로 결집에 나서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며 “저희들이 뜻을 잘 받아들여서 단합하고 혁신해서 국민의 뜻에 맞는 당이,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과의 결별을 요구했던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윤 전 대통령 탈당 선언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원 유세에 나올 의사를 표시했다. 한 전 대표는 “김 후보에 대해 계엄 반대,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극단 세력과 선 긋기 등의 결단을 다시 한 번 요청한다”면서도 “수용 여부와 관계 없이 우리 당을 위해 적극적으로 할 일을 하고 있으며, 다음 주에는 현장에서 국민들과 만날 것”이라고 썼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김 후보 간의 공동유세 조율 등은 논의된 바 없다고 전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인 나경원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의를 위한 결단, 그 뜻을 존중한다. 국민의힘 김문수에게 힘을 모아 주십시오”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도 “윤 전 대통령의 결단을 존중한다”며 “이제는 정말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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