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 Ⅲ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어떻게?’에 참석해 김태년 의원의 법안 설명을 들으며 대화하고 있다. 2025.2.3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반도체 특별법 내에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신설하지 않는 쪽으로 최종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표가 고소득 반도체 연구진에 한해 ‘주 52시간 예외’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불거진 ‘조건부 52시간 예외’ 논의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것.
민주당은 17일 열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이 같은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확인됐다. 법안소위에선 여야가 반도체 특별법을 심의할 예정이다. 민주당 산자위 핵심 관계자는 16일 통화에서 “52시간 예외 조항은 추후 반도체 특별법에 대한 개정안을 내거나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논의할 문제”라고 했다.
민주당은 반도체 특별법상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신설할 경우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예외 적용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소기업·벤처기업협회는 17일 민주당 중소기업특위 출범식에 참석해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주 52시간제 유연화’를 공식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6일 “주 52시간제 예외 규정이 포함되지 않는 이상 반도체 특별법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野, 지지층 반발에 ‘주52시간 예외’ 없던일로
“탄력-재량근로제로도 충분” 주장 중기-벤처협회도 예외 요구 방침
“노동시간 연장 문제는 이해당사자가 얽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일방 처리가 불가능하다. 충분한 소통을 통해 타협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6일 통화에서 “반도체특별법에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넣지 않기로 당의 방침이 모아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들도 17일 열리는 산자위 법안소위에서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해 “연구개발(R&D) 시설과 장비 투자에 국가가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여야가 합의한 사안만 통과시키자”고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이 “52시간 예외 규정이 없는 반도체특별법은 의미 없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반도체법상 이를 넣을 수 없다는 입장을 정한 것.
당초 민주당은 반도체특별법에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을 담기보다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이달 3일 반도체특별법 관련 토론회를 주재하면서 52시간 예외 필요성을 언급한 뒤로 반도체특별법에 관련 조항을 추가하는 쪽으로 무게를 실었다. 이를 두고 양대 노총 등 기존 지지층에서 “노동 조건을 후퇴시키는 우클릭”이라는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다시 기존 당론으로 회귀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통화에서 “근로기준법상 탄력근로제나 재량근로제로도 충분히 주 52시간 예외 효과를 낼 수 있는 만큼 노동시간 추가 연장은 어렵다”고 했다.
반도체 업계의 52시간 예외 적용 요구를 계기로 다른 산업계에서도 근로기준법 개정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와 벤처기업협회는 17일 오후 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공식 요구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수출 기업 56%, 중소제조 기업의 28.3% 이상이 현행 주 52시간제로 인해 수주, 납기 준수, 생산성 등 문제를 겪고 있다”며 “노사 자율로 기업 상황에 맞게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주간에서 주·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탄력 조정해 달라”고 건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벤처기업협회도 “벤처기업 특성을 반영한 유연한 근로시간 운영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벤처기업의 핵심 인력에 대해 “계약 자유의 원칙을 적용해 근로시간 제한을 완화하고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할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노동시간 문제는 한 번 예외가 생기면 파장을 걷잡을 수 없기 때문에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는 없다”며 “노동계를 비롯한 당사자들과 충분한 소통이 필요한 만큼 급하게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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