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체포동의안’ 전운…與 “피해자 코스프레” vs 野 “무법천지엔 담장 있어야” [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2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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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국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오면서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 재가를 거쳐 21일 국회로 넘어온 체포동의안은 24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뒤 27일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16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검찰이 제1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혐의는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배임 및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부패방지법 위반 등이다. 또한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선 제3자 뇌물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검사독재’로 규정하며 구속영장 청구에 반발하고 있다. 17일에는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국민과 역사를 무시하지 말라. 그깟 5년 정권이 뭐 그리 대수라고 이렇게 겁이 없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 대표는 22일 윤 대통령을 향해 “수사권을 갖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겠느냐. 국가 권력을 가지고 장난하면 그게 깡패지 대통령이겠느냐”며 “폭력배가 폭행을 저지르면서 ‘왜 방어를 하느냐, 가만히 맞으라’라고 하는 것이 깡패의 인식이다. 국가 권력을 남용해서 특정인을 죽이겠다고 공격하는 것이 국가 경영에 맞는 일이냐”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체포동의안 가결을 압박하며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이 대표는 제 발이 저린지 피해자 코스프레까지 하며 대통령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며 “입법부의 권한과 국가 권력을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은 이 대표다. 정치 보복 운운하며 물타기를 하고 있는 지금의 이 대표는 거울 속의 우울한 자화상을 한번 들여다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정 위원장은 민주당을 향해 “이재명 방탄하다가 역사 속으로 침몰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21일 “이재명은 과거 구속을 피하려고 두 차례 도주했다. 범죄 피의자 이재명을 구속해야 할 이유가 구속 영장과 자서전 안에 차고 넘친다”며 “민주당은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없기에 불구속 수사해도 된다고 앵무새처럼 항변하지 말라.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도주우려가 있어 구속 수감됐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강원 춘천에서 열린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춘천=뉴시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강원 춘천에서 열린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춘천=뉴시스

정치권에선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해 부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가결되기 때문에 원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소속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지면 일부 이탈표가 나오더라도 부결시킬 수 있다.

현재 민주당은 국회 전체 의석 299석 중 169석을 차지하고 있고 국민의힘 115석, 정의당 6석, 기본소득당 1석, 시대전환 1석, 무소속 7석 등이다. 헌법에 따라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에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내부 결집을 통한 표 단속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는 21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구속영장 청구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이번 체포동의안 재가는 대선 경쟁자였고 원내 1당 현직 대표를 향해 ‘정적을 제거하라’는 대통령의 공식 승인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오로지 정적 제거, 야당 탄압에만 눈이 멀었다. 검찰이 들이민 영장 청구서는 최소 요건도 갖추지 못한 하자 영장, 부족한 물증을 억지 주장으로 채운 정치 영장”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이 아닌 자율투표에 부치기로 결정했다. 당 지도부가 당론 채택 없이도 부결을 자신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원내대표는 22일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정부의 체포동의안 제출이 매우 부당함으로 자율적으로 임하되 당당히 부결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윤석열 정치검찰은 오로지 야당 대표를 죄인 삼기 위해 없는 죄를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처럼 없는 사건을 만들어 조작하는 것을 대놓고 할 것까지 예상하지 못했다”며 “정말 강도와 깡패가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당연히 담장이 있어야 되고 대문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 사진)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2일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동을 위해 각각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 있는 국회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 사진)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2일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동을 위해 각각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 있는 국회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체포동의안 등을 둘러싼 여야 간 정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당장 3월 임시국회 개회 시기 등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했지만 3월 임시국회 일정 등을 놓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다음달 6일부터 국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2일 “3·1절은 휴일인데 그날부터 국회를 연다는 건 빈틈 하루 없이 방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회법을 근거로 다음달 1일부터 임시국회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21일 “정부여당이 독단과 독선으로 민생을 방치한 것은 작년 한 해만으로 충분하다”며 “민주당은 국회법 절차에 따라 국회를 열어 산적한 민생 경제 관련 입법 처리는 물론 대장동 50억 클럽과 김건희 여사 특검 등 현안 해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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