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평균 1834원으로 순식간 폭등
정부 “최고가 적용기간-방식 내부 검토중”
1997년 기름값 자율화 뒤 통제한 적 없어
주유소 손실보전 법규정도 논란 될 가능성
중동 사태로 인해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전국 휘발유 가격이 3년 7개월 만에 1,800원을 돌파했다. 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오전 10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리터당 29.6원 오른 1,807.1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어제(4일)보다 31.8원 오른 1,874.4원을 기록했다. 경유 전국 평균 가격은 하루 만에 56.5원 오른 1,785.3원, 서울 평균 가격은 61.4원 상승해 1,865.4원이다. 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2026.03.05. [서울=뉴시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국제유가가 들썩이는 가운데 국내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L당 1800원을 넘어 약 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정부는 기름값 오름세가 국제유가 변동에 비해 너무 가파르다고 보고 1997년 이후 한 번도 활용하지 않았던 유류 최고가격 지정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시장을 왜곡할 수 있는 인위적인 가격 통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기름값 급등에 李 “최고가격 지정” 지시
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84원 오른 1834.32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건 2022년 8월 12일(1805.86원)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이다. 서울의 휘발유 평균 가격도 전날보다 46.52원 오른 1889.07원이었다. 이달 들어 5일 동안 전국 휘발유값은 141.43원(8.4%) 뛰었다.
국내 기름값이 오름세를 보이는 건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에 원유를 공급하는 7척의 유조선이 현재 봉쇄된 호르무즈해협에는 갇혀 있는 상황이다. 유조선 1척에 최대 200만 배럴 수준의 원유가 실려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국내 하루 원유 소비량에 해당한다.
국제유가 상승세는 통상 2, 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는데 이번에는 석유류 공급 차질과 추후 가격 상승 등의 우려로 인해 가격이 선제적으로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어려운 시장 환경을 악용해 매점매석이나 불합리한 폭리를 취하려는 시도에도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며 석유제품의 최고가격을 지정해 단기적인 가격 급등을 막고, 부당한 가격 인상에 대한 제재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지시한 최고가격 지정은 석유사업법에 따라 기름값이 급격하게 오르거나 내릴 때 정부가 유류 판매가의 최고액 또는 최저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 인위적 가격 통제에 부작용 우려도
정부는 이날 오후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유류 최고가격 지정을 포함해 과도한 가격 인상을 방지할 대책을 논의했다. 산업통상부는 6일부터 불법 석유유통 위험군 주유소를 대상으로 월 2000회 이상 기획검사를 벌여 매점매석, 가짜 석유 판매 등을 점검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국 주유소를 대상으로 가격 담합 등을 살펴본다. 정부는 이날 원유와 가스에 대해 자원안보 위기경보 4단계 중 가장 낮은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원유에 대해 위기경보가 발령된 건 처음이다.
정부는 과거 기름값을 직접 결정하는 방식으로 통제하다가 1997년부터 가격을 자율화했다. 이후 정부가 최고가격을 지정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재경부 관계자는 “과거처럼 상시적으로 통제하는 게 아니라 일시적 변동을 막으려는 취지인 만큼 적용 기간, 방식 등에 대해 내부 검토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고가는 지역별, 유종별로 정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기름값 인상이 가팔랐던 건 맞지만 가격 통제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지난달 (이란 사태 전)에도 국제유가가 오름세였는데 그런 부분이 반영돼 가격이 오른 측면도 있다”고 봤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부 교수는 “최고가격 지정은 굉장히 엄격한 시장 통제 행위라 부작용도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가격 통제로 정유업체나 주유소들이 손실을 보면 이를 재정으로 보전해줄 수 있도록 한 법 규정 역시 추후 논란이 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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