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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北미사일, 日 가로질러 괌 미군까지 ‘핵 위협’

입력 2022-10-05 03:00업데이트 2022-10-05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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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
北 미사일, 5년만에 日상공 통과… 4500km 날아가… 최대사거리 발사
대통령실 “중대도발” 백악관 “규탄”… 한미일 안보수장 통화 “강력한 대응”

북한이 4일 일본 열도를 넘겨 태평양으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 북 미사일이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한 건 2017년 9월 IRBM ‘화성-12형’ 발사 이후 5년 만이다. 고각(高角)이 아닌 정상 각도(30∼45도)로 IRBM 최대 사거리 수준으로 발사된 이 미사일은 북한이 그간 쏜 IR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화성 계열 중장거리미사일 중 가장 멀리 날아갔다. 일본 전역은 물론이고 B-1B 폭격기 등 미 전략자산 발진기지인 미국령 괌에 대한 핵 타격 능력까지 노골적으로 과시한 것.

4일 합동참모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IRBM 1발이 오전 7시 23분경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발사됐다. 이 미사일은 고도 970여 km, 음속의 17배(마하 17)로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넘어 4500여 km를 날아가 태평양에 낙하했다. 일본에선 전국순간경보시스템(J얼러트)이 5년 만에 작동되는 등 비상조치가 시행됐다.

2017년 5월 14일 평안북도 구성시 인근에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이 발사되는 모습. 사진 출처 노동신문
군은 이 미사일이 2017년부터 지금까지 7차례 북한이 발사한 ‘화성-12형’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열흘 동안 5차례에 걸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도발을 감행한 북한은 이번엔 수위를 높여 IRBM을 발사해 사실상 괌까지 조준했다. 한미는 핵무력 법제화를 선언한 북한이 이번 IRBM 발사 이후 ICBM 발사 등 연쇄 도발을 통해 핵무력 증강을 과시한 뒤 7차 핵실험까지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 北미사일 도발 10시간 뒤 맞불 무력시위… F-15K, 정밀유도폭탄 발사 북한이 4일 오전 7시 23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지 약 10시간 뒤인 오후 5시경 우리 군 F-15K 전투기가 전북 군산 앞바다의 직도사격장 내 가상 표적을 향해 정밀유도폭탄인 공대지 합동직격탄(JDAM) 2발을 발사하고 있다. 이날 F-15K, F-16 한미 전투기 8대는 연합 공격편대군 비행도 실시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대통령실은 이날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 이번 발사를 중대 도발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했다. 미국 백악관도 북한의 3월 ICBM 발사 이후 처음으로 규탄 성명을 냈다. 한미는 이날 오후 도발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전투기 8대를 동원해 공격편대군 비행과 정밀폭격훈련도 실시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의 통화에서 “적절하고 강력한 공동 대응에 대해 협의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이날 NSC를 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용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北, 美 전략자산 기지 ‘핵타격’ 위협… ICBM-7차 핵실험 임박한듯


北미사일, 日상공 통과 4500km 날아가

3500km 괌보다 1000km 더 비행
北, 美핵항모 참가 연합훈련에 도발
화성-12형 최대사거리 시험 성격
軍 “北, 액체추진 ICBM 발사준비중”


북한이 2017년 9월 이후 5년 만에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일본 열도 상공 너머로 쏜 것은 일본 전역은 물론이고 B-1B 전략폭격기가 전개된 괌을 포함해 미일 양국을 동시에 겨냥한 강력한 핵타격 경고로 풀이된다.

지난달 말 미국의 니미츠급 핵추진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CVN-76·약 10만 t)과 로스앤젤레스(LA)급 핵추진잠수함 아나폴리스(6000t)가 참가한 가운데 동해상에서 실시된 한미·한미일 연합훈련에 대한 고강도 도발이자 한반도 유사시 미 전략자산의 발진기지가 ‘핵공격 타깃’이 될 것임을 노골적으로 위협한 것이다. 한미 당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7차 핵실험도 임박했다고 보고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 전술핵 투발용 ‘괌 킬러(화성-12형)’ 최대 사거리 시험한 듯

북한이 4일에 쏜 IRBM은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정상 각도로 발사된 뒤 일본 홋카이도와 도호쿠(東北) 지역 아오모리현 상공을 넘어서 약 4500km를 날아갔다. 발사 원점(자강도 무평리)에서 대표적 미 전략자산인 B-1B 폭격기가 발진하는 괌 기지까지 도달 거리(약 3500km)보다 1000km나 더 날아간 것. 2017년 9월 발사한 화성-12형의 비행거리(약 3700km)보다 800km가 더 길고 그간 발사했던 IRBM과 화성 계열 중장거리미사일(IRBM, ICBM)을 통틀어 최장 비행거리를 기록했다.

군은 최대 비행속도(음속의 17배)와 정점고도(약 970km) 등을 볼 때 화성-12형을 최대 사거리에 맞춰서 쏜 걸로 보고 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화성-12형에 전술핵과 같은 경량 핵무기를 싣는 상황을 만들어서 최대 비행거리를 테스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괌 킬러’로 불리는 화성-12형의 탄두 중량은 비행거리 3500km 기준으로 약 700kg으로 추정된다. 이보다 가벼운 전술핵(약 400kg)급 무게의 모의 탄두를 탄두부에 실어서 어디까지 날아갈 수 있는지를 시험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번 도발은 지난달 말 동해상에서 연이어 진행된 한미 연합 해상훈련과 한미일 연합 대잠훈련에 참가한 로널드레이건 항모강습단 등 미 전략자산의 발진 기지를 정조준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로널드레이건 항모의 모항인 일본 요코스카 등 미 증원전력의 집결·발진기지인 유엔사 후방기지(주일미군 기지) 7곳도 핵타격권에 포함된다는 협박성 도발”이라고 말했다.

국군의날(1일)에 우리 군이 대북 경고 차원에서 ‘괴물 탄도미사일’을 전격 공개한 것에 대한 ‘맞불성 무력시위’로도 볼 수 있다. 한국군이 아무리 탄두 중량이 큰 미사일을 개발해 봐야 재래식 탄두여서 전술핵을 실은 북한의 IRBM에는 적수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대놓고 과시한 도발이라는 것. 실제로 우리 군이 개발 중인 괴물 탄도미사일은 최대 8t의 재래식 탄두를 실을 수 있지만 전술핵은 1발로도 수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의 위력을 갖춰 파괴력에선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 7차 핵실험 ‘초읽기’ 관측도
북한의 IRBM 발사는 한국을 겨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추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의 연쇄 발사를 출발점으로 해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ICBM 발사 및 7차 핵실험으로 마무리 짓는 도발 시나리오의 중간 단계 도발로 관측된다. 군은 이날 국감 업무보고 자료에서 영변 원자로 등 북한의 주요 핵시설이 정상 가동 중이고, 핵실험 가능 상태도 유지되고 있으며 신형 액체추진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북한 전문 매체 ‘분단을 넘어’는 3일(현지 시간) 상업위성이 촬영한 풍계리 핵실험장 사진을 근거로 3번 갱도에서 핵실험 준비가 완료됐다고 전했다. 또 4번 갱도에선 새로운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핵실험 준비 완료 시기는) 올 5월경”이라며 “(핵실험 시기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제20차 중국 공산당 대회(16일)부터 미 중간선거(11월 8일) 사이를 ‘디데이(D-day)’로 잡아 ICBM을 쏘거나 전술핵 완성을 위한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핵무력 법제화’가 빈말이 아니라는 점을 한미일에 각인시키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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