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 ‘괌 사정권 IRBM’ 5년만에 도발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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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ICBM 등 고강도 도발 앞서
화성-12형 발사로 한미 압박 관측
한미 정보당국, 北기지 집중 감시

北 2017년 김정은 참관 속 화성-12형 발사 북한이 2017년 5월 공개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모습. 동아일보DB
北 2017년 김정은 참관 속 화성-12형 발사 북한이 2017년 5월 공개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모습. 동아일보DB
한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다음 ‘도발 카드’로 괌 기지를 사정권에 둔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의 발사 가능성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년 만에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중단)’ 철회를 시사한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ICBM이나 장거리로켓 발사 등 고강도 전략적 도발에 앞서 대미 압박과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는 중간 단계의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 주한미군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정보당국은 최근 정찰위성과 정찰기 등으로 화성-12형 IRBM이 배치된 북한군 주요 기지의 동향을 집중 감시하고 있다. 화성-12형을 실은 이동식발사차량(TEL)의 포착 및 야간을 틈탄 이동 여부 등을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화성-12형 IRBM은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세 차례에 걸쳐 시험 발사됐다. 그해 9월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실시된 세 번째 시험발사 때는 일본 홋카이도 상공(영공)을 가로질러 약 3700km를 날아간 뒤 북태평양 해상에 낙하했다. 북한에서 한반도 유사시 미 전략자산의 발진 기지인 괌에 대한 타격력을 실증한 것.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전략적 도발로 직행하기보다는 단계적 긴장 고조와 대미 압박 수순으로 5년 만에 화성-12형을 (도발에) 동원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北, ICBM 발사 직행 대신 IRBM 활용… ‘간보기’ 도발 가능성”


한미, ‘괌 타격’ 北 IRBM 동향 주시


한미 정보당국이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은 협상판을 깨지 않고 대미 압박과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북한이 판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최근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중단)’을 시사했지만 4년간 단거리미사일만 쏘다가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ICBM 발사로 ‘직행’하기보다는 ‘살라미 전술’로 단계를 나눠 ‘간보기성’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 대미(對美) ‘살라미 도발 전술’ 가능성
주한미군 소식통은 23일 “북한이 핵실험과 ICBM 도발은 ‘마지막 카드’로 남겨두고, 중간 단계의 도발로 괌을 사정권에 둔 화성-12형 IRBM을 활용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한반도 유사시 전략폭격기와 전략핵잠수함(SSBN) 등 미 전략자산의 발진기지인 괌에 대한 타격력을 과시할 경우 단거리미사일보다는 훨씬 큰 파급력을 발휘하되 협상판은 뒤엎지 않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북한은 화성-12형의 ‘주요 타깃’으로 괌을 노려왔다. 2017년 5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화성-12형의 최대 고각(高角)으로 사거리를 줄여서 첫 시험 발사에 성공한 이후 그해 8월 9일 ‘괌 포위사격’을 위협한 데 이어 8월 29일과 9월 15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잇달아 시험발사를 통해 괌에 대한 타격력을 입증한 바 있다. 북한이 17일 ‘북한판 에이테킴스(KN-24)’를 동해상 알섬(무인도)으로 발사한 장소도 순안비행장이었다.

일각에선 다음 달 초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앞둔 중국의 상황을 고려해 북한이 단기간 내 ICBM 발사와 같은 고강도 전략 도발을 강행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 美 추가 독자 대북제재 나서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21일(현지 시간) 미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비공개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이어질 도발을 저지하는 데 한국 일본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며칠 내로 정부 내 다른 부문에서 추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에서 추가 대북제재를 논의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보류 요구로 무산된 가운데 조만간 북한에 대한 새로운 독자 대북 제재를 단행할 계획을 시사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과 한국은 외교에 열려 있는 자세로 남아있지만 동북아시아와 세계가 민감한 시기에 북한의 그러한 행동들은 가장 환영받지 못할 행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면 대응 조치에 나설 것이란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 또한 이날 북한의 핵·미사일 재개 가능성에 대한 동아일보의 질의에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진전을 막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 또한 같은 날 “북한의 군사 프로그램이 동맹국인 한국과 역내에 위협이 되는 것을 보기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의 군사 전문 매체인 ‘미 해군 연구소(USNI)’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멀지 않은 태평양 지역에 핵추진 항공모함 세 척이 포진해 있다. 로널드 레이건함은 일본 요코스카항에 전진 배치됐다. 에이브러햄 링컨함도 일본 인근 해역을 항해하고 있다. 인도양에서 작전을 끝낸 칼빈슨함도 필리핀해로 이동했다.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함과 에식스함도 칼빈슨함 인근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 항모 3척과 강습상륙함 2척이 이례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동시에 나타난 것은 북한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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