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심 23%P 차이로 이겼지만 민심은 10%P 뒤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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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후보 윤석열]최종 득표 윤석열 47.85% vs 홍준표 41.50%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5일 책임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에 힘입어 후보로 선출됐다. 하지만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의원에게 10%포인트 이상 뒤져 최종 합산 득표율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2040세대와 중도층 표심을 잡지 못해 확장성에서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본선에 나서는 윤 후보에게 핵심 과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여론조사 10%포인트 지고 당원서 압도

윤 후보는 이날 최종 경선에서 47.85%를 득표해 2위인 홍준표 의원(41.50%)을 제쳤다.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37.94%를 기록해 홍 의원(48.21%)에게 10.3%포인트가량 뒤졌지만 책임당원 득표율은 57.77%를 기록해 홍 의원(34.80%)을 약 23%포인트 차로 압도했다. 책임당원과 여론조사 득표를 절반씩 합산하는 경선 방식에 따라 최종 후보가 된 것. 이를 두고 경쟁자였던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심과 거꾸로 간 당심이지만 깨끗이 승복한다”고 했다.

윤 후보가 당심에서 크게 앞선 데는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반문 세력’의 대표 주자로 떠오른 점이 반영됐다고 야권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여기에 당원 투표율이 국민의힘 경선 역대 최고인 63.89%를 기록할 만큼 윤 후보에게 당심이 몰렸다는 것.

실제로 윤 후보는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당내 조직력에서 크게 앞서 갔다. 윤 후보 캠프 종합지원본부장인 권성동 의원은 “전국 245개 당협 중 윤 후보를 지지하는 곳이 160개 정도 된다”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당을 떠났다 돌아온 홍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비토 정서 때문에 윤 후보에게 당심이 쏠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 尹 “청년세대 마음 얻는 법 잘 몰랐다”

윤 후보 측은 전날까지 “여론조사도 박빙 양상”이라고 했지만 실제 개표 결과 두 자릿수 격차를 보였다. 국민의힘 계열 보수 정당에서 여론조사와 책임당원 투표를 합산해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을 도입한 2002년 이후 여론조사에서 뒤지고도 대선 후보가 된 첫 사례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여론조사의 우위를 바탕으로 당심에서 앞섰던 박근혜 후보를 누른 바 있다.

당 관계자는 “홍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2040세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반면 윤 후보의 지지층은 60대 이상으로 한정됐다”고 전했다. 윤 후보가 선명한 ‘반문’ 기조 이외에 분명한 정책적 비전이 부족하고 청년층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서 중도층에 어필하지 못했다는 것. 윤 후보는 경선 뒤 기자들과 만나 “청년세대의 지지는 홍 후보가 많이 받았다. 어떤 후보든 이렇게 지지해 주는 것 자체가 참 고무적”이라며 “이를 유지하고 더 많은 지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KBS 인터뷰에서는 “청년세대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잘 몰랐다”고 했다.

홍 의원과 유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일제히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고 했다. 경선 결과 발표 뒤 웃는 얼굴로 윤 후보와 얼싸안은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번 대선에서 홍준표의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했다가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하겠다”고 추가로 올렸다.

경선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홍 의원 지지 성향이 강했던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2040 지지자들이 대거 탈당을 인증하는 등 감정의 골이 깊어진 만큼 지지층을 하나로 모으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윤석열#민심#당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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