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통신선 복원” 다음날 또 미사일… 文, 北 언급없이 “종전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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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1월 선보인 신형 지대공 쏜듯
9월 한달 4번 도발-4번 대화제의… “한미 떠보며 대화 주도권 속셈” 분석
文, 국군의날 ‘종전선언 제안’ 되풀이… 靑도 공식 입장없이 “상황 주시”
외교 소식통 “남북대화 절실한 文… 北의 대화신호 ‘당근’에 말려들어”

해병대서 열린 첫 국군의날 기념식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경북 포항 영일만 해병대 1사단에서 열린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해병대에서 국군의 날 기념식이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는 2017년부터 행사 주제와
 각 군의 상징성을 고려해 국군의 날 기념식 장소를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해병대서 열린 첫 국군의날 기념식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경북 포항 영일만 해병대 1사단에서 열린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해병대에서 국군의 날 기념식이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는 2017년부터 행사 주제와 각 군의 상징성을 고려해 국군의 날 기념식 장소를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이 지난달 30일 신형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월 초 남북통신선을 복원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다시 도발에 나선 것으로, 극초음속 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쏘아 올린 지 이틀 만이다. 북한은 9월 한 달 동안 4차례의 미사일 도발과 3차례의 담화를 번갈아 내며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1일 청와대는 북한의 신형 지대공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유감 표명 없이 반응을 자제했다. ‘도발’도 언급하지 않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종전선언을 꺼내 들었다.

○ 北, 기동성·안정성 높인 지대공미사일 개발


조선중앙통신은 1일 “국방과학원은 9월 30일 새로 개발한 반항공(反航空·지대공) 미사일의 종합적 전투 성능과 함께 발사대, 탐지기, 전투종합지휘차의 운용 실용성을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시험 발사 현장에 김 위원장은 불참했다. 북한이 공개한 미사일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열병식에서 등장한 신형 지대공미사일로 추정된다. 발사관 4개가 탑재된 이동식발사차량(TEL)도 열병식 때 선보인 것과 동일하다.

노동신문 뉴스1
노동신문 뉴스1
특히 이번에 공개된 미사일은 요격미사일의 상단과 하단에 조종 날개가 달려 기동성과 자세 제어 등 안정성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미사일이 2단으로 분리돼 있고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의 특징인 추진로켓(부스터)을 사용해 속도와 사거리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은 이번 발사 등 올해 7차례 미사일 도발에 나섰는데 그중 4차례를 지난달에 집중했다. 그러면서도 9월 한 달 동안 김 위원장 시정연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 등을 통해 △통신선 복원 △연락사무소 재설치 △종전선언 △남북 정상회담 등을 언급했다. 강온 전략을 번갈아 쓰며 한국과 미국의 향후 한반도 전략을 시험해보는 ‘떠보기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외교가에서는 “향후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기에 앞서 주도권을 쥐려는 속셈”이라는 관측도 있다.

○ 文, 북한 언급 없이 “종전선언 국제사회에 제안”

북한의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신중한 기조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해병대 주관으로 경북 포항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나는 우리의 든든한 안보태세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이러한 신뢰와 자부심을 바탕으로 ‘한반도 종전선언’과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국제사회에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을 재차 강조한 것.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 대신 “국군 최고통수권자의 가장 큰 책무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만들고 지키는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정부와 군은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만 했다.

청와대 역시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만 했다. 통일부도 “남북 간 대화 재개를 통해 한반도 정세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지난달 25일 김여정이 담화에서 남북 정상회담 등 가능성을 내비치며 “우리 자위권 차원의 행동을 모두 위협적인 ‘도발’로 매도하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한 뒤 더욱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임기 말 남북 관계 회복을 절실하게 바라는 문재인 정부에 북한이 ‘당근’을 수시로 던지며 도발에 눈감으라고 한 의도에 말려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도 “북한 입장에선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종전선언 등을 할 수 있다는 제스처만으로도 자신들의 국방 시나리오를 전개할 명분이 생긴 것”이라며 “동시에 남측에 미국을 상대로 대북제재 완화를 받아내라고 주장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북한#도발#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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