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靑 언론중재법 침묵은 묵시적 동의”… 유영민 “해석은 자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여당 언론중재법 폭주]국회 나온 靑실장, 언론법에 침묵

이호승 대통령정책실장과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호승 대통령정책실장과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예고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23일 “청와대가 전혀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유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초지일관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 기둥이고,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한 언론 자유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는 야당의 질의에는 답변을 피했다. 야당 의원들은 “사실상 암묵적 동의”라며 거세게 비판했지만 유 실장은 “해석은 자유로이 하시라”고만 했다. 집권여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야당과 언론계, 시민단체의 반발도 무릅쓰고 법안 처리 강행에 나선 가운데 청와대도 “대통령이 답하라”는 요구에 아예 귀를 막아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 모르쇠로 일관한 靑

올해 2월 이후 약 6개월 만에 열린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업무보고에는 유 실장을 비롯해 이호승 대통령정책실장,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3실장과 최윤호 대통령경호처 차장 등이 참석했다.

유 실장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입장을 따져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입법권은 국회에 있다”며 “국회에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계속 좀 협의를 잘해 달라”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했다. 그는 또 “원론적인 답변일 수 있지만 헌법 21조, 신문법 3조에도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두텁게 보장하면서도 언론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면 안 된다는 사회의 책임도 명시돼 있다”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닌 의견을 말해 달라”며 “청와대와 문 대통령의 침묵이 법안에 대한 ‘묵시적 동의’로 해석될 수 있다”고 따졌다. 내내 ‘모르쇠’로 일관하던 유 실장은 전 의원이 “언론중재법이 결국 정권 연장을 위한 마지막 퍼즐과 같은 법안”이라고 주장하자 “정권 연장을 위한 것이라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법안 시행은 (내년) 대선 이후로 알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해 달라고도 거듭 당부했다. 하지만 유 실장은 “거부권 행사에 대해선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없다”며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전혀 언급한 적이 없느냐”는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의 질의에도 “전혀 없었다. (언론중재법이) 아직 본회의도 통과하지 않았다”고 했다. 유 실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언론중재법 옹호 발언 및 관련 질의에 대해서도 “현 단계에서 청와대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거듭 말을 아꼈다.

○ 기모란 출석 두고 여야 공방

여야는 이날 회의 시작 직후부터 기모란 대통령방역기획관의 출석을 두고도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이 확산되는 가운데 방역 및 백신의 핵심 실무책임자인 기 기획관이 과거 “화이자, 모더나 백신 구매를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발언했던 점을 문제 삼으며 운영위 출석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유 실장은 “한 사람의 전문가로서 청와대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과거 발언으로 인해 상당히 오해가 있다. 조금 양해해 달라”고 감쌌다.

이날 청와대 고위 인사들은 최근 이어진 부동산 매매 및 전세가격 폭등 대책에 대해선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해 야당의 질타를 받았다. 유 실장은 “저도 결혼한 아들이 아직 집이 없다”고 했고, 이호승 실장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 실장은 최근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실수요자마저 대출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엔 각 은행의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언론중재법#묵시적 동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