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윤석열 수사 착수…野 “역사가 심판”, 與는 총공세 나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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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尹, 文대통령의 은혜 배신 YS 배신한 이회창도 실패” 직격탄
투기의혹 논란 잠재우고 이슈 전환… 공수처, ‘직권남용 혐의’ 尹수사 착수
尹측 “밝힐 입장 없어” 맞대응 안해… 캠프 대변인으로 현직 언론인 영입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오른쪽)가 1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묘역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인 이희호 여사 2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송 대표는 추도사에서 “한반도 평화의 열차가 다시 힘차게 내달릴 수 있도록 남북을 잇고
 북-미관계를 좁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오른쪽)가 1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묘역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인 이희호 여사 2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송 대표는 추도사에서 “한반도 평화의 열차가 다시 힘차게 내달릴 수 있도록 남북을 잇고 북-미관계를 좁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일종의 ‘발탁 은혜’를 입었는데 이를 배신하고 야당의 대선후보가 된다는 것은 도의상 맞지 않는 일”이라고 10일 직격탄을 날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전 총장을 수사 대상으로 올린 사실이 이날 알려진 가운데 윤 전 총장에게 ‘배신자’ 프레임을 덧씌우고 나선 것. 당 지도부가 ‘윤석열 공세’에 화력을 집중해 부동산 투기 의혹에 따른 당내 탈당 논란을 잠재우고 차기 대선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이에 대해 야권은 “드디어 정권의 공수처 집착증의 큰 그림이 드러난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윤 전 총장 측은 “공수처 고발 건에 대해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맞대응을 자제했다.

○ 與, 尹 향해 총공세
송 대표는 10일 CBS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은 사법연수원 23기로 문무일 전 총장이 18기였는데 5기를 떼서 파격적으로 승진이 됐다”며 “이회창 씨의 경우 김영삼(YS) 정부에서 감사원장, 총리로 발탁됐지만 YS를 배신하고 나와 대통령이 되려다 결국 실패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지만 종국에는 집권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윤 전 총장이 최근 공개 행보는 이어가면서도 공식 대선 출마 입장을 밝히지 않는 점도 지적하며 본격적인 등판을 촉구했다. 송 대표는 “대통령 하시겠다고 알려진 분이 계속 친구를 통해 간접화법으로 메시지를 흘리고, 과외 공부하듯 돌아다니는 것은 국민 보기에 적절치 않다”며 “정치, 경제, 안보, 문화 등 이런 분야에 과연 대통령으로서 자질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를 검증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의 등판 시점에 대해선 “국민에겐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보험 상품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팔면 사기죄로, 나중에 설명의무 위반으로 보험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민주당 윤건영 의원도 이날 KBS 인터뷰에서 “권력기관 수장 (출신)이 바로 정치에 뛰어들면 검찰 조직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 내부에 그런 자성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데 좀 정상으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공수처의 윤 전 총장 수사 착수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독립적으로 잘 판단할 것”(고용진 수석대변인)이라는 짤막한 입장만 내놨다. 하지만 개별 의원들은 “용두사미일지,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지 지켜보겠다”(김용민 최고위원), “우리는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사법체계를 보고 싶다”(이동학 최고위원) 등 잇따라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아직은 자연인이지만 당에선 공식 출마 선언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10원 한 장’ 등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논란성 발언들이 이미 많다”고 했다.

○ 尹 측 “대응 안 한다, 본격 캠프 채비”
공수처는 4일 한 시민단체의 고발이 접수됨에 따라 윤 전 총장 등을 입건했다. 이 시민단체는 윤 전 총장과 검사 2명에 대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관련 수사 의뢰 사건을 부실 수사한 의혹이 있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고발 내용에는 윤 전 총장 등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관련 위증 교사 의혹을 받는 검사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방해했다는 의혹도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1호 수사 사건’ 하나 선정하는 데에도 석 달 넘게 걸렸던 공수처가, 여당 대표가 ‘문 대통령의 은혜를 배신한 자’라고 비판하자마자 수사에 나선다니 묘하기 그지없다”며 “국민과 역사는 똑똑히 지켜보며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공수처 수사 착수와 여권의 파상공세에 대해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다만 “친구를 통해 간접화법으로 메시지를 흘린다”는 발언에 대해 이철우 연세대 교수는 “윤 전 총장의 사퇴로 검찰 지도부에 공백이 생겼던 만큼 정치적 발언을 하면 안 된다는 고민 끝에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것”이라며 “그것을 ‘친구 간접화법이다’라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윤 전 총장과 유년 시절부터 친분을 쌓아온 인사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대국민·언론 메시지를 담당할 대변인에 이동훈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내정했다. 이 대변인도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송 대표의 발언들에 대해 “대응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윤 전 총장이 공보담당자를 뽑는 등 캠프 구성을 본격화하면서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의 공식 등판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가 뽑히는 11일을 기점으로 윤 전 총장의 대선 행보도 구체화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김지현 jhk85@donga.com·전주영·배석준 기자
#공수처#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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