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검찰, 성추행 수사 뭉갠 공군검찰 압수수색서 제외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 신규진 기자 , 박효목 기자 입력 2021-06-08 03:00수정 2021-06-08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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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중사 상관 사무실-집 등 압수수색… 공군검찰은 빼 ‘제식구 감싸기’ 비판
유족, 국선변호사 직무유기 등 고소… “개인정보 유출-유족 비난 묵과못해”
경기도의회 여성의원협의회 의원들이 7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이모 중사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의 철저한 조사와 가해자들에 대해 중징계 조치를 취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남=뉴스1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군 검찰이 관련 부대와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정작 늑장·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된 공군 검찰은 그 대상에서 제외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군 검찰은 7일 은폐·회유 의혹이 제기된 이 중사의 상관 등 공군 20전투비행단 관계자들의 사무실과 주거지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앞서 4일 공군본부 군사경찰단과 15특수임무비행단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부실 수사와 2차 가해 관련 증거 확보 차원이다. 하지만 4월 초 이 중사 사건을 이첩 받고도 두 달간 미적거린 공군 검찰에 대해서는 이날까지 압수수색을 하지 않고 있다. 군 안팎에선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 취지에 반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이 중사 유족은 이날 사건 초기 변호를 맡았던 공군 법무실 소속 국선변호사 A 씨(군 법무관)를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군 검찰에 고소했다. 유족 측 김정환 변호사는 “이 중사의 인적사항과 사진을 유출하고 유족을 ‘악성 민원인’으로 비난하는 등 묵과할 수 없는 혐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중사에 대한) 최초 강제추행은 1년 전 파견 온 준위가, 두 번째 추행은 (이번 사건의) 직접 은폐에 가담한 인원 중 한 명이 했기 때문에 장모 중사(구속) 사건까지 포함하면 1년에 3차례 추행당한 게 사실”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민간이 참여하는 병영문화 개선 기구 설치”를 지시하는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군사법원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정부가 지난해 7월 국회에 제출한 군사법원법 개정안은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하고 군사재판 항소심을 서울고등법원(민간)으로 이관해 군 사법 독립성과 장병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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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검찰(국방부 검찰단)이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건을 이첩받고도 두 달간 미적거린 공군 검찰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건 관련 부대와 기관들에 대해 잇달아 압수수색을 벌이면서도 늑장·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된 공군 검찰만 쏙 뺀 것은 ‘제 식구 봐주기’ 모양새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사건 이첩받고도 ‘두 달간 뒷짐’ 공군 검찰
군 검찰은 7일 사건의 은폐·회유 의혹이 제기된 이 중사 상관(A 상사·B 준위) 등 공군 20전투비행단 관계자들의 주거지·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3월 초 장모 중사(구속)가 차량에서 이 중사를 성추행할 당시 앞좌석에서 운전을 한 C 씨도 대상에 포함됐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4일 공군본부 군사경찰단과 이 중사가 사망 직전 전속된 15특수임무비행단의 1차 압수수색에 이어 부실수사 및 2차 가해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군 검찰은 이날까지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군 검찰은 4월 초 공군 군사경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고도 54일 만인 지난달 31일 가해자 장 중사에 대한 첫 피의자 조사를 했다.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지 10일 뒤에야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큰 가해자의 휴대전화도 법원에서 사전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도 집행을 미루다 장 중사로부터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했다. 공군 검찰은 피해자(이 중사)의 심리적 불안정 등으로 조사가 늦어지면서 가해자 조사도 지연됐다는 입장이지만 ‘수사 뭉개기’ 의혹이 제기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공군 검찰에 대한 수사는) 관련 자료를 검토하는 것부터 시작해 절차대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민관군 참여하는 병영혁신위 구성될 듯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이 중사 사건과 관련해 종합적인 병영문화 개선 기구 설치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 군 안팎에선 민관군이 참여하는 병영문화 혁신기구가 구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권변호사 등 민간인이 위원장을 맡고 군내 성폭력·가혹행위와 장병 인권·복지분야 등 3, 4개 분과에 민간 전문가와 유관 부처 및 군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군 당국자는 “2014년 한시 가동됐던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롤 모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는 육군 22사단 총기난사 사건 및 윤 일병 폭행 사건 이후 군 제도와 병영문화 쇄신을 위해 2014년 8월 출범했다. 외부 민간 인사에게 자문해 그해 12월 22개 혁신과제를 국방부에 권고하고 활동을 종료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이 잘못된 병영문화와 폐습에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장교와 부사관, 사병은 각자 역할로 구분돼야 하는데 신분처럼 인식되는 면이 있다”며 “거기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일각에서는 ‘옥상옥(屋上屋)’ 우려도 나온다. 이미 군 차원에서 민간위원들이 참여하는 군내 성폭력 예방 및 병영문화 개선 관련 위원회나 전담팀(TF)이 운영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기구가 생길 경우 기능·역할의 중복과 효율성 저하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박효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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