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후보들에게 물었다…함께 저녁식사 하고싶은 사람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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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서울-부산시장 후보들 이런게 궁금해요
박영선 “봉준호 감독과 20대 고민 토론”, 오세훈 “메르켈 리더십 들을 것”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주요 후보 4명은 26일 빽빽한 일정의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자신의 숨겨진 내면을 드러내는 솔직한 답변을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이 세상 어떤 사람과도 식사할 수 있다면, 누구와 함께 먹고 싶냐”고 묻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영화 ‘기생충’을 만든 봉준호 감독”을 꼽았고,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갖고 싶은 새로운 능력”에 대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2011년 서울시장직 사퇴 전으로 돌아가는 시간 이동 능력을 갖고 싶다”고 답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후보와 유권자가 직접 사적인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후보자 자신이 아니면 답하기 어려운 7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들은 1997년 미국 뉴욕주립대 심리학과 교수인 아서 에런이 타인과 친밀해지는 실험을 위해 만든 36가지 질문 중 7가지를 추린 것이다. 이후 칼럼니스트인 맨디 렌 캐트런이 이 실험을 똑같이 한 뒤 실험 상대와 연애를 시작한 경험을 칼럼으로 소개한 뒤, ‘처음 만난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질문’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큰 화제가 됐다.》

1. 집이 불에 타고 있습니다. 가족을 다 구한 이후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가지고 나온다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인형을 안고 소파에 기대 휴대전화를 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박영선 캠프 제공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인형을 안고 소파에 기대 휴대전화를 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박영선 캠프 제공


박영선 “늘 반기는 반려견 맥스,테디”, 오세훈 “추억 담긴 앨범 들고 나올것”

△서울시장 후보

박영선=우리 집 반려동물 진돗개 맥스와 테디. 늘 내가 집에 오면 많이 반겨주는 우리 식구다.

오세훈=
앨범을 들고 나올 것 같다. 사진에는 기억이 담겨 있다고들 한다. 인생 마지막 순간 남는 건 결국 추억뿐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시장 후보

김영춘=가족사진. 특히 아이 어릴 때 찍은 옛날 사진들을 들고 나올 것 같다.

박형준=컴퓨터. 그동안 글을 쓰는 등 작업했던 자료들이 모두 저장돼 있다. 그 안에 있는 정보가 내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2. 당신에게 ‘완벽한 날’이란 어떤 날인가요?

오세훈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손자와 함께 동네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타며 즐겁게 놀고 있다. 오세훈 캠프 제공
오세훈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손자와 함께 동네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타며 즐겁게 놀고 있다. 오세훈 캠프 제공
김영춘 “음악 들으며 책 볼수있는 날”, 박형준 “일에 대한 성취감 느끼는 날”


박영선=
시민들께서 나눠주신 긍정 에너지로 가득한 날이 바로 ‘완벽한 날’ 아닐까 싶다. “박영선은 믿음이 간다!”며 시민들께서 환대해주실 때, 정말 큰 힘을 얻는다.

오세훈=
집에 들어갔는데 아내와 두 딸, 두 사위, 그리고 손자까지 와 있는 날이다. 함께 ‘저스트 댄스’ 게임(TV 화면의 춤 따라 하기)을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다.

김영춘=잠깐이라도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읽고 싶었던 소설책을 볼 수 있는 짬이 생기는 날.

박형준=‘내가 이런 일을 했구나’ 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날이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중도실용·친서민 기조를 마련해 확정됐을 때도 큰 보람을 느꼈다.

3. 부모님이 당신을 키운 방식 중 한 가지를 바꿀 수 있다면 어떤 걸 바꾸고 싶나요?

박영선 “투정도 부릴수있게 해줄 것”, 오세훈 “워커홀릭 안되게 키우겠다”


박영선=부모님은 경남 창녕군에서 살다 내가 세 살 때 서울로 올라오셨다. 엄격하고 성실한 부모님을 보면서 나 스스로도 열심히 노력했다. 다만 투정을 부릴 수 있는 품을 내어 주셨다면 어땠을까 싶다. 나이가 들어도 부모님의 그늘이 필요할 때가 있다.

오세훈=부모님은 평생 근면 성실로 사셨다. 자식들은 부모님의 뒷모습을 보고 자라기 마련이라 나는 워커홀릭이 됐다. 내 자식들은 그렇게 키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김영춘=아버지가 거리감 없이 조금 더 친근하셨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나도 아들에게 친근하게 하려고 노력해도 마음만큼 잘되는 것 같지 않다.

박형준=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일찍 발견해주는 것. 나는 어릴 때부터 자유분방하고 책을 좋아했는데, 틀에 박힌 교육이 아닌 자유로운 교육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4.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새로운 능력을 갖게 된다면 어떤것이었으면 좋겠어요?

김영춘 “아내의 마음을 잘 읽는 능력”, 박형준 “영어, 중국어 자유롭게 구사”

박영선=알라딘에 나오는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선한 영향력 가게’처럼 어려운 아이들 먹고 싶은 것을 실컷 사주고 싶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행복해질 것 같다.

오세훈=‘시간 이동’ 능력을 갖고 싶다. 그래서 2011년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 논란으로) 서울시장직을 사퇴하기 직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김영춘=
아직도 아내의 마음을 잘 읽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 여성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면 좋겠다.

박형준=영어와 중국어를 현지인처럼 할 수 있었으면 한다. 부산시장이 되어 해외에 직접 부산을 알리고 비즈니스를 할 때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

5. 어떤 주제든 베일에 싸여 있는 진실 한 가지를 말해주는 수정 구슬이 있다면 무엇을 알고 싶나요?

박형준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카페에서 지인과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 밝게 웃고 있다. 박형준 캠프 제공
박형준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카페에서 지인과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 밝게 웃고 있다. 박형준 캠프 제공
박영선 “吳 ‘셀프보상’의혹 밝혔으면”, 오세훈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는 법”

박영선=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셀프 보상’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10년 전 아이들의 밥그릇을 차별하고 정쟁화한 낡은 사고방식에서 한 발자국도 발전하지 못했다. 시민들의 실망이 클 것이라 생각한다.

오세훈=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

김영춘=지구 밖 어느 별에 인간과 같은 고등 생명체가 살고 있는지 알고 싶다.

박형준=
인공지능 혁명의 미래를 알고 싶다. 디지털, 인공지능 혁명 내지는 데이터 혁명의 미래를 알면 부산이 이를 선점하고 길목을 지킬 지혜를 얻을 수 있다.

6. 당신의 가장 소중한 기억과 가장 끔찍한 기억은 무엇인가요?

김영춘 “결혼 10년만에 자식 얻은것”, 박형준 “자연의 위대함 깨달은 기억”


박영선=가장 소중한 기억은 현재 군 복무 중인 아들의 첫 휴가였다. 참 대견하고 뿌듯했다. 바쁜 일정 때문에 따뜻한 밥 한 끼 해먹이지 못한 게 미안할 따름이다. 가장 끔찍한 기억은 국회의원 시절 BBK 사건을 수면 위로 드러내자 이명박 정권의 정치 탄압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며 큰 고초를 겪은 일이다.

오세훈=
소중한 기억은 2014년 아프리카 르완다에 머물 때 주말마다 신발을 나눠주려 시골 마을을 찾았을 때다. 끔찍한 기억은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님의 하지 마비 증세가 루게릭병이라고 밝혀진 날, 그리고 어머니의 치매가 심해지신 날이다.

김영춘=소중한 순간은 결혼 뒤 10년 만에 하나뿐인 아들을 얻었을 때다. 끔찍한 기억은 몽골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었을 때다.

박형준=소중한 순간은 2001년 뉴질랜드 여행을 갔을 때다. 영어로 표현하면 ‘awesome(경탄할 만한·엄청난)’했다. 자연의 위대함에 인간이 겸손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끔찍한 기억은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했을 때다. 정권 창출에 기여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까지 일하고 왔는데 한 달 만에 밑으로 확 떨어진 경험이었다.

7. 이 세상 어떤 사람과도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다면 누구와 같이 먹고 싶나요?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가 청바지를 입은 채 책을 읽으며 여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영춘 캠프 제공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가 청바지를 입은 채 책을 읽으며 여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영춘 캠프 제공
김영춘 “교황과 포도주 곁들인 만찬”, 박형준 “머스크 만나 엉뚱함 들을것”

박영선=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요즘 20대들의 고민을 어떻게 풀어내는 것이 좋을지 같이 의논하고 싶다.

오세훈=독일의 메르켈 총리. 다시 독일을 유럽의 리더로 만든 방법을 듣고 싶다.

김영춘=프란치스코 교황. 내가 천주교 신자이기도 하지만, 종교를 떠나 지구상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과 포도주를 곁들인 만찬을 함께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박형준=일론 머스크. 남들이 안 하는 생각을 하고, 꿈을 현실로 구현하는 머스크나 빌 게이츠 등은 21세기형 철학자이자 사상가들이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윤다빈 / 부산=조용휘 기자
#서울-부산시장 후보들#20대 고민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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