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과연 오세훈을 역선택 했을까

뉴시스 입력 2021-03-06 14:58수정 2021-03-0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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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경선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로 진행
민주당 지지층 오세훈 역선택할 가능성 있을까?
전문가 "역선택 가능성 낮아…당락에 영향 못줘"
"중도 확장 가능성이 있는 오세훈을 선택한 것"
"나경원 '네거티브' 이미지 생각보다 강했던 듯"
국민의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오 전 시장이 ‘시작부터 대세’였던 나경원 전 의원을 꺾으면서 이변을 일으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최종 득표율은 1위 오세훈 전 서울시장 41.64%, 2위 나경원 전 의원 36.31%, 3위 조은희 서초구청장 16.47%, 4위 오신환 전 의원 10.39%.

오 전 시장은 2위인 나 전 의원을 5.33%포인트 차로 가볍게 따돌리고 낙승을 거뒀다. 나 전 의원이 여성 가산점(10%)을 받은 걸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대세가 꺾이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국민의힘 경선이 응답자의 지지 정당에 대한 구분 없이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로 진행돼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역선택’을 차단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 전 시장의 이변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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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시사평론가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보수 진영에서는) 진보 지지층들이 약체로 평가받는 후보를 올릴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면서 “오 전 시장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민주당 쪽이 생각보다 조직적으로 움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경선은 응답자가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을 경우, 그래도 정 고른다면 어떤 후보를 지지하겠냐고 ‘재질문’을 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진보·중도층에서 ‘비호감’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강한 나 전 의원이 지지를 못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역선택 가능성 낮아…당락에 영향 못줘”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역선택 문제에 대해 초박빙의 승부가 아닌 이상 당락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여론조사 재질문 역시 응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식일 뿐, 이로 인해 특정 후보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역선택 가능성이 크지 않다. 아무리 훈련된 민주당 지지라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몇 초 사이에 판단해서 전략적으로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며 “강경 보수 이미지가 있는 나 전 의원보다는 상대적으로 친숙하게 느껴지고 중도 성향이 있는 오 전 시장을 선택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엄 소장은 오히려 기존 ARS(자동응답) 방식의 여론조사에 ‘함정’이 있다고 했다. 그는 4~5%대 정도의 응답률을 보이는 기존 여론조사와 관련해 “응답률이 낮으면 고령층이 응답을 잘하기 때문에 보수 의견이 과다 반영된다”면서 “나 전 의원의 지지율이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었다”고 분석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나 전 의원의 경쟁력이 더 세기 때문에 역선택을 하는 것이겠냐”며, 역선택 가능성에 대해서 일축했다. 윤 실장은 여론조사 재질문에 대해서도 “여론조사에서 응답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 많이들 하는 것”이라며, 당락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경선에 대해서 중도 확장 가능성이 결국 당락을 결정했을 것으로 봤다. 나 전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이었던 진대제 회장을 선거 캠프 고문으로 전격 영입하는 등 중도 확장 노력을 기울였으나, 유권자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오 전 시장이 생각보다 큰 표 차이로 이겼다. 여기에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 시민들은 중도 확장성이 있는 오 전 시장이 본선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나 전 의원은 당 원내대표까지 했지만 시민 여론에서는 네거티브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보수 지지층의 중도 확장성에 대한 고민은 이미 예비경선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예비경선에서 여성 가산점을 제하고도 전체 1위를 기록했고 책임당원 투표에서도 압도적인 몰표를 받았지만, 일반시민 여론조사에서는 오 전 시장에게 1위를 빼앗겼다.

특히 오 전 시장의 경우, 예비경선 결과 발표 직전 산업통상자원부의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보고서 파일명 ‘v’ 표기가 ‘VIP(대통령의 약어)’라고 주장해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조롱과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악재’라는 평이 나왔음에도 1위를 차지했다.

엄 소장은 “나 전 의원의 경우, 지난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를 하면서 한국당의 ‘우클릭’을 주도한 장본인”이라며 “진대제 전 장관을 영입하면서 중도 확장 전략까지 펼쳤지만, ‘어제의 강경보수가 오늘부터는 중도’라고 하는 게 유권자에게 먹히지는 않았다”고 평했다.

중원패권 싸움 치열할 듯…오세훈 당심 모을 수 있을까

야권에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가 오 전 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2인으로 압축되면서 단일화 논의가 급속도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다만 오 전 시장과 안 대표는 조만간 만나서 통 크게 단일화를 논의하자는 것에는 의견을 모았지만, 여론조사 문항과 출마 기호 등 각론을 두고 기 싸움이 팽팽하다.

또 중도 확장성을 가진 오 전 시장이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올라오면서 ‘중원 패권’을 둘러싼 야권 내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동안 안 대표를 지지해왔던 국민의힘 지지층이 다시 오 전 시장으로 중심 이동을 할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다.

전문가들은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이 오 전 시장으로 재결집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물론 오 전 시장도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오 전 시장의 2011년 무상급식 투표 무산은 ‘보수 몰락의 시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 전 시장이 10년 전 과제를 청산하고 얼마나 당심을 끌어모으냐가 관건이다.

이종훈 평론가는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되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국민의힘 쪽으로 결집을 하게 된다. 여론조사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안 대표가 여전히 많이 나오고는 있는데, 그중에는 국민의힘 지지층도 섞여 있다. 꼭 안 대표로 단일화한다는 보장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박상병 교수는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굳이 안 대표를 지지하지 않고 오 전 시장으로 가더라도 (본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 오 전 시장은 국민의힘 후보이기 때문에 강경보수 표도 끌어안을 수 있다”며 “안 대표로서는 나 전 의원보다 오히려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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