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안철수 ‘비토’ 시끌…“제발 그만”vs“당 존폐 걱정 이해”

  • 뉴스1
  • 입력 2021년 3월 2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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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예비후보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NK디지털타워에서 열린 금태섭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 2차토론에 앞서 준비를 하고 있다. 2021.2.25/뉴스1 © News1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예비후보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NK디지털타워에서 열린 금태섭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 2차토론에 앞서 준비를 하고 있다. 2021.2.25/뉴스1 © News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 줄곧 비판적 태도를 보이는 것과 관련, 국민의힘 내부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드냐’와 ‘안철수를 아는 김 위원장이 괜히 그러겠느냐’의 상반된 시각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안 대표에 대한 시각은 일관되게 ‘부정적’이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지난 2011년 처음으로 연을 맺었지만 그해 사실상 관계가 끊어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김 위원장이 정치를 하려는 안 대표에게 국회의원을 제안했는데 안 대표가 ‘국회의원은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다’고 거부하면서 안 대표를 보는 시각이 ‘부정적’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실제 지난해 9월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2011년 일을 들며) 이 분이 정치를 제대로 아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을 더 이어가지 않고 자리를 떴다”고 했다.

그랬던 두 사람이 오는 4월7일 보궐선거를 앞두고 다시 만난다. 안 대표가 보수야권 단일화의 한 축인 제3지대 예비후보로 확정되면서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적의 적’이라 해도 그를 친구로 품을 수 없다는 태도다.

이렇다 보니 김 위원장의 안 대표를 향한 비판적인 발언은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처음은 아니다. 그는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기 전 “안 대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필요도 없다” “안 대표는 자유시장경제에 대해 모른다” “그에 대한 평가는 끝났다” 등 대놓고 무시하는 듯한 말을 스스럼없이 했다.

이제 단일화 상대방으로 만났으니 이 정도는 아니지만 ‘안 대표로 단일화가 되면 나는 사라질 수 있다’거나 ‘기호 4번은 절대 안 된다’ ‘기호 4번이 되면 선거운동 못 해준다’ 등 안 대표를 압박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견 표출은 단일화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함께 일궈내야 함에도 김 위원장의 안 대표를 향한 생각이 여전히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거세지고 있다.

김 위원장의 행보에 비판적인 3선의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종인발 기호 2번 논란 참으로 유치찬란하다”며 “지금 국민의힘에 더 필요한 사람은 김 위원장이 아니라 안철수 후보다. 재를 뿌리는 잡음을 내지 말고 제발, 가만히 있어 달라”고 했다.

또다른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장 의원의 말에 공감한다. 지금 최대 화두는 내년 정권교체를 위해 반드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거 아니냐”며 “후보단일화를 한다고 했으니 누가 되든 민주당이 이기는 것은 막아야 한다. 김 위원장이 개인적 감정을 접고 오로지 승리만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와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계속해서 어깃장을 놓는 김 위원장에 대한 상당한 불만의 목소리다.

김 위원장을 두둔하는 입장은 그 속내를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안 대표가 단일후보가 돼 시장에 당선되면 독자 노선을 구축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당 입장에서는 마땅한 대선 후보 하나 안 보이는데 안 대표가 시장에 당선돼 독자세력을 구축하면 대선은 완전히 물건너 가는 것”이라며 “정당으로서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당장 눈앞에 놓인 이익만을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제3지대 경선에서 안 대표에게 진 금태섭 전 의원은 보궐선거 후 신당 창당 등 야권발 정계개편에 나서겠다고 했고 야권 내 인사들 몇몇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안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은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내키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목소리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야당 대표를 맡은 것은 국민의힘이 국민의 신뢰를 얻어 재집권의 토대를 놓는 것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예비후보를 압도하는 안 대표와 당내 이견 표출이 가시화됨으로써 김 위원장의 입지는 좁아지는 듯한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으로 제대로 성취도 얻을 수 없는 그런 선거의 모습을 난 보려고 하지 않는다. 거취는 스스로 판단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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