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군 준비 덜됐다는 美… 코로나-북핵-中 견제 두루 고려한듯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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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작권 전환 연기 통보

14일(현지 시간) 열린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국의 요구에도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내년에 열기 어렵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 임기 내(2022년 5월) 전작권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못 박은 것이다. 2022년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는 내년에 2단계와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을 모두 마쳐야 하지만 내년에 2단계 검증마저 어려워진 셈이기 때문.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전제로 추진하던 정찰위성 전력화 사업(425사업) 등 정부의 국방정책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사실상 임기 내 전작권 검증 어렵다고 본 미국

전작권 전환 이후 미래연합사 구조는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미군 대장(주한미군사령관)이 부사령관을 맡는 한국군 주도의 전시 작전체제다. 이에 따라 한미는 사전에 합의한 작전 정보 군수 통신 등 4개 분야의 26개 대과제와 140여 개 소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2단계 FOC, 3단계 FMC로 나눠 지난해부터 한미 연합훈련 기간에 검증 평가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한미는 올해 하반기 연합훈련 전부터 2단계 검증 실시 여부를 놓고 큰 견해차를 보여왔다. 결국 올해 8월로 예정됐던 2단계 검증이 코로나19 여파를 이유로 미국 본토의 증원 병력 등 평가인원 동원이 어려워지면서 실제 검증이 아닌 예행연습만 이뤄졌다. 그러자 우리 군은 내년 3월 상반기 연합훈련 때 올해 못 한 2단계 FOC 검증을 진행하고 원래 내년에 하려 했던 3단계 FMC 검증을 내년 하반기 연합훈련에서 진행하는 방향으로 미국과 협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이 SCM에서 3단계는커녕 2단계 검증도 내년에 어렵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이 SCM을 통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SCM 모두발언에서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밝힌 데 이어 SCM 후 한미가 내놓은 공동성명에 FOC 검증 시기가 담기지 않은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1시간 반가량 예정된 고위회담은 전작권 전환 등에 대한 이견으로 2시간 넘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SCM 회담 전 양국 간 입장 조율이 마무리됐지만 이번에는 서욱 국방부 장관이 방미한 이후에도 전작권 관련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전작권 전환 전제 국방정책도 타격 불가피

미래연합사 운용 검증이 한미가 2014년 합의한 전작권 전환 조건의 일부였던 만큼 내년 2단계 검증이 이뤄지지 못해 현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불가능해지면 한미 간 불협화음이 한동안 지속될 공산이 크다. 미국이 이런 갈등에도 전작권 전환은 물론 검증조차 어렵다고 한 것은 비핵화 협상 등을 이유로 한미 연합훈련이 축소 및 연기되면서 한국군의 준비 태세가 아직 부족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핵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인식과 함께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 전략도 고려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가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원칙’에 따르면 전작권 전환으로 생기는 미래연합사 작전 능력을 위한 검증 외에도 우리 군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과 한반도 안보 환경이라는 두 가지 대내외 요인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미 군부는 북한이 10일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한 것처럼 2018년 비핵화 협상 개시 이후에도 핵전력을 강화해온 점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의 자체 경항공모함, 정찰위성 전력화 사업 등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전제로 추진하던 정부의 국방정책 사업 상당수가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전작권 전환 연기#미래연합사 작전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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