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서 징용문제 꺼낸 韓日정상… 입장차 크지만 대화 ‘물꼬’

박효목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입력 2020-09-25 03:00수정 2020-09-2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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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스가 총리 첫 통화
文 “당사자 모두 수용할 해법” 강조
스가, 아베 정권 입장 되풀이하며 “건전한 한일관계 계기 마련” 요구
기업인 특별입국은 속도 높이기로… 수출규제-지소미아 등 거론 안해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신임 일본 총리와 첫 통화를 하면서 악화일로를 걷던 한일관계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첫 정상 통화에서 강제징용 문제가 논의된 것만으로도 교착상태에서 제자리걸음을 거듭하던 한일관계에 훈풍을 기대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온 것. 하지만 스가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는 등 여전히 큰 양국 간 입장차를 재확인하면서 큰 변화가 찾아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강제징용 문제, 이견 재확인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양국 간 입장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양국 정부와 모든 당사자가 수용할 수 있는 최적의 해법을 함께 찾아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강제징용 해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피해자 동의를 얻는 것이라고 밝혀 왔다. 이번 통화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스가 총리 역시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입장을 되풀이하며 한국 정부에 해결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총리는 통화에서 강제징용 문제를 언급하며 문 대통령에게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릴 계기를 마련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1965년에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에 위배되며 한국 정부가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스가 총리는 통화 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옛 조선반도 노동자(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시작으로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양국 관계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취지를 (문 대통령에게) 전했다”며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앞으로도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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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스가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강제징용 문제를 비롯한 현안을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 문제를 꺼내 든 것은 향후 한국에 대한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 기업인 입국 규제 완화·코로나 방역협력에는 공감대

다만 양 정상은 기업인 입국 규제 완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방역 협력에는 공감대를 이뤘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양 정상은 한일 간 기업인 등 필수인력에 대한 특별입국 절차 합의를 앞두고 있는 것을 환영하고 특별입국 절차가 양국 간 인적교류 재개의 물꼬를 트는 계기이자 양국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양국 모두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지금이야말로 서로 협력하고, 양국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힘과 위로를 줘야 할 때”라며 “코로나 상황이 조속히 안정돼 내년 도쿄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이에 스가 총리는 감사의 뜻을 표하며 “일한 양국은 서로 매우 중요한 이웃 국가다. 북한 문제를 시작으로 일한, 일미한(한미일) 연대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그러면서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한 지원에 감사하다”고 전했고, 문 대통령은 “일본의 관련 노력을 지지하고 지원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이날 통화에서는 일본 수출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등의 문제는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제안했던 동북아시아 방역·보건협력체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 간의 첫 상견례 자리로 함축적이지만 다양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며 “현안에 대한 소통과 대화 노력을 정상 차원에서 가속화 내지 독려하기로 한 것에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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