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재용, 승계작업 보고받아” 李측 “보고-지시 증거 전혀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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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개입 여부’ 향후 재판 쟁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동아일보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동아일보DB
“금융수사 등 풍부한 수사 경험을 가진 부장검사회의 참석자들은 일주일에 걸쳐 범죄사실을 비롯한 1200쪽 이상의 주요 수사기록을 사전에 검토하고, 논의를 진행했다. 어떤 형태로든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 처분을 뒤집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 등 전현직 삼성 임직원 11명을 불구속 기소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직원 11명에 대한 기소 직후 검찰이 배포한 보도자료는 별첨자료를 제외하고 A4용지 총 18쪽 분량이었는데, 1쪽 반 정도가 수사심의위의 불복 이유를 설명하는 데 할애됐다.

이에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입장문을 통해 “검찰이 설명한 내용과 증거들은 모두 수사심의위 심의 과정에서 제시되어 철저히 검토되었던 것이고, 다시 반박할 가치 있는 새로운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또 “검찰이 지금까지는 수사심의위 결정 8건을 모두 존중했는데, 유독 이 사건만은 기소를 강행했다”면서 “수사심의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 수사심의위 권고와 정반대…“제도 부정” 비판

2018년 11월 이후 2년 가까이 수사를 해 온 검찰은 올 6월 이 부회장 측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하자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인 같은 달 26일 수사심의위는 10 대 3이라는 압도적인 표 차로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권고를 했다. 검찰은 그 이후 금융과 회계, 상법 분야의 교수 등 전문가 30여 명에게 수사 전반을 점검받았다고 밝혔다. 법학교수와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를 67일 만에 뒤집는 과정에 전문가들의 참여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전문가들에게 수사기록 일부를 공유하면서 검토받은 결과 업무상 배임 혐의 등을 추가로 적용하고, 기소 대상자의 범위를 조정하는 등 전문가 의견을 반영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뿐만 아니라 관련된 모든 사람이 권고를 심각하게 생각했다. 말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수사심의위의 권고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2018년 1월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검찰 개혁 차원에서 검찰이 스스로 도입한 수사심의위 제도가 무력화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검찰은 앞서 8차례 수사심의위 결론을 모두 수용했는데, 이 부회장을 기소할 때만 전례를 따르지 않았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 측은 “검찰은 부장검사회의, 전문가 의견 청취를 통해 (기소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하나 이는 검찰권 행사를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도입된 중립적 객관적인 수사심의위의 결론을 뒤집기 위한 편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법적 형평에 반할 뿐만 아니라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처음부터 삼성그룹과 이 부회장 기소를 목표로 정해 놓고 수사를 진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이 부회장의 지시 여부 재판서 쟁점 될 듯

검찰은 이 부회장의 ‘최소비용에 의한 지배권 확보’라는 승계 작업을 단계마다 보고받았다고 밝혔지만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이 부회장에대한 보고 및 그의 지시 여부는 향후 재판에서도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015년 6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했던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지분 보유 사실을 공시하자 이 부회장이 직접 옛 미래전략실 및 해외 자문사와 함께 대응전략을 수립했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검찰 관계자는 “다수의 문건을 확보하고 많은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라면서 “구체적인 증거관계는 법정에서 현출되기 전에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이 부회장이 대응회의를 주재했다거나 대응을 지시했다거나 한 건 사실이 아니며 증거도 전혀 없다”라면서 “이 부회장이 만난 사람은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밖에 없는데 그것도 그쪽에서 요청해서 만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검찰이 이 부회장 승계 작업이 담긴 핵심 문건이라는 것 어디에도 불법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이 부회장은 이 문건을 보고받지 않았다”고 했다.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돼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은 이번 기소로 동시에 별도의 재판을 받게 됐다.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의 이번 기소가 왜 부당한 것인지 법정에서 하나하나 밝혀 나가겠다”고 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위은지·배석준 기자
#이재용#승계작업#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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