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로 끝난 ‘사찰 회동’… 주호영 “김태년, 복귀 호소만 했을 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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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원내대표 고성 화암사 회동
법사위장 1년씩 나누기 등 논의… 金은 “국회 정상화 하기로 노력”
각의, 폐기법안 36건 무더기 의결… 개점휴업 중인 국회에 통과 압박

23일 강원 고성군 화암사에 칩거 중인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오른쪽)를 찾아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에서 세 번째)와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절에서 함께 내려오고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 페이스북
23일 강원 고성군 화암사에 칩거 중인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오른쪽)를 찾아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에서 세 번째)와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절에서 함께 내려오고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3일 ‘화암사 회동’으로 공전 중인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이어갔으나 타결의 실마리를 찾는 데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와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주 원내대표가 칩거 중인 강원도 고성군 화암사를 방문해 회동을 가졌다. 이들은 민주당이 단독 선출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임기를 나누는 방안을 비롯해 여러 협상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은 양당이 법사위원장을 1년씩 나눠 맡는 방안을 협상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두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구체적인 합의점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회동 후 당 관계자를 통해 “김 원내대표가 불쑥 찾아왔지만 새로운 제안은 없었다. 국회 복귀만 호소할 뿐이었다”고 회동 분위기를 전했다. 김 원내대표는 회동 후 당을 통해 “오늘 회담에서 국회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양당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김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망부석도 아니고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가”라고 했다. 민주당은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다음 달 3일 추경안 처리를 위한 원 구성 데드라인을 26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에게 25, 26일 국회 근처 비상대기를 주문한 상황이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가 이날 강원도로 이동해 막판 협상에 나선 데는 야당의 ‘입법 독재’ 프레임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18개 상임위원장 싹쓸이’에 대해 “(지도부 내에서) 검토한 바는 없다. 국민의 뜻에 따라 (여야) 11 대 7로 상임위원회를 맡아서 하는 것이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은 ‘법제사법위원장 자리 없이는 모든 상임위원장 보이콧’이라는 배수진을 고수했다. 그간 주 원내대표는 16일 국립서울현충원에 이어 이순신 장군 사당인 충남 아산 현충사를 찾은 이래 전국 사찰을 누비며 칩거를 이어갔다. 주 원내대표가 16∼23일 거쳐간 사찰은 전북 고창 선운사, 전남 장성 백양사, 전남 구례 화엄사, 경남 남해 보리암, 경남 하동 쌍계사와 칠불사, 경북 울진 불영사, 충북 보은 법주사, 강원 고성 화암사 등 8곳 이상이며 이동 거리가 1500km를 넘는다. 주 원내대표는 개인적 인연이 있는 스님이 있는 사찰 위주로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의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법안 36건을 무더기로 심의, 의결하고 국회 제출을 예고했다. 개점휴업 상태인 국회를 압박하고 나선 것. 이날 의결된 법안에는 금융회사 임직원의 보수 공시 강화 및 내부 운영의 투명성 기준을 강화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국민권익위원회를 반부패 청렴 중심의 국가청렴위원회로 재편하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포함됐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21대 국회 재추진 법안은 중요도와 시급성이 높은 생활밀착형 법안과 국정과제 법안”이라고 했다.

윤다빈 empty@donga.com·조동주 기자
#여야 원내대표#화암사 회동#21대 국회#원 구성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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