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이벤트에 치인 남북회담은 언제…느긋한 靑,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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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1일 0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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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역 文대통령 ‘큰 그림’…북미정상 원활한 소통이 성과
靑 “판문점 북미회동 우리 역할, 따로 말할 기회 있을 것”

‘하노이 회담’ 결렬로 소원해졌던 북미관계가 30일 북미정상 간 판문점 회동을 통해 사실상 완전히 복원됐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한축인 북미관계 복원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에도 청신호가 들어오게 됐다.

이에 따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또 다른 축인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4차 남북정상회담 성사 여부에도 눈길이 쏠리는 가운데 다만 현재 분위기는 앞으로도 남북보다는 북미가 우선시되는 기류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느긋한 분위기’가 엿보인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목표로 삼은 우리에게 북미정상 간 원활한 소통을 유지해나가는 것만큼 더한 성과가 없다는 게 청와대 내 평이다.

실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조국 민정수석,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 고민정 대변인, 정혜승 디지털소통센터장 등 청와대 핵심관계자들은 이날 각각 자신의 SNS를 통해 당일 상황을 매우 긍정적으로 자평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오늘 남북미 세 정상의 만남은 또 하나의 역사가 됐다”며 “잠시 주춤거린 북미협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초 청와대는 북미정상이 만나기 전, 남북정상이 먼저 만나는 방향을 꾸준히 추진했었다. 문 대통령은 앞서 북유럽 순방 기자회견을 비롯해 일부 국내외 통신사들과의 인터뷰 등에서 “시기와 장소,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결과는 남북만남을 건너뛴 북미 간 만남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오후 3시58분께부터 53분간 회동했다.

북미정상은 남북 군사분계선(MDL)을 넘나들며 인사를 나누는 파격적인 모습을 연출했고 문 대통령은 이들 사이에서 빠져, 두 사람이 회동을 위해 남측 자유의 집으로 넘어올 때쯤에야 자유의 집에서 나와 이들을 맞이했다. 이로써 남·북·미 정상이 함께 만나는 역사적 장면이 그려지긴 했지만 이후 북미정상만의 회동이 진행되면서 한편에선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서 배제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던 터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만남 이후, 양측이 각각 팀을 꾸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전격 재개할 예정임을 밝히는 한편, 김 위원장에게 방미(訪美)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남한이란 중재자 없이도 북미 직거래가 이뤄지고 이에 따라 앞으로도 남북 간 만남보다는 북미에 방점이 찍히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청와대 입장에선 소위 ‘북미 이벤트’에 치여, 앞서 꾸준히 추진해온 4차 남북정상회담이 기약없이 밀릴 위기에 처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부분이고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의 ‘큰 그림’이 완벽히 그려졌다는 게 청와대 내 중론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키려면 현재 중단된 북미 비핵화 협상을 재개시켜야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날(30일) 북미관계는 완전히 복원됐다. 또 중재자·촉진자 역할이란 당사자들의 만남을 성사시키는 게 주목적인 만큼 목적을 달성하면서는 그 역할이 옅어지는 게 정상적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미 이날의 주인공은 북미정상임을 강조하기도 했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가진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저도 오늘 판문점에 초대받았다. 그러나 오늘 중심은 북미 간 대화”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상봉과 대화, 이것이 앞으로 계속된 북미대화로 이어져나가는, 그 과정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은 북미 간 대화에 집중하도록 하고 남북 간 대화는 다음에 다시 또 도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일련의 과정에 있어 문 대통령의 역할을 인정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 모였을 때 “이런 순간을 마련하는데 커다란 공헌을 해준 두 분께(한미정상)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물밑에서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있었다고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청와대 고위관계자 또한 기자들과 만나 이번 북미 간 판문점 회동에 있어 한국정부가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오늘은 말하기가 약간 이른 것 같다. 구체적인 것들은 나중에 따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물밑역할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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