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비핵화 ‘톱다운’ 방식 한계 지적…“즉흥적, 재고 필요”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17일 22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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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다운, 내부 정치적 이해관계 영향 받아"
"미국 내 톱다운 방식 협상 회의론 확산"
"트럼프 '장밋빛' 제안은 어음, 설득력 없어"
"北, 비핵화 정의부터 분명하게 해야"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17일 남·북·미 정상이 주도하고 있는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협상에 한계가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또한 신뢰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번영을 약속하는 미국의 비핵화 셈법은 북한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4·27 판문점선언 1주년 성과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열린 통일연구원 개원 28주년 기념 학술회의에 참석한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협상에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문장렬 국방대학교 교수는 ‘한반도 비핵화와 군비통제 평가와 과제’ 발표에서 “톱다운 방식은 많은 성과를, 큰 틀에서 변화를 이루어냈다”면서도 “한계가 있다. 정상들의 정치적 이해관계, 미국이든 북한이든 내부적으로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는데 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톱다운 방식의 협상이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큰 결실이 보장돼야 하고, 이러한 합의가 관료조직과 의회 등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좋은 관계를 유지했음에도 결렬되면서 톱다운 방식의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이날 토론에서 “톱다운 방식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며 “기획이 불가능하고, 즉흥적 (성격의) 회담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톱다운 방식의 협상을 재고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미국 내 3가지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며 “첫째는 북한이 비핵화의 정의와 최종 지점을 모호하게 하고 있는 데 따른 진정성 불신, 두번째는 제재만능론, 세번째는 톱다운 방식에 대한 회의론”이라고 전했다.

비핵화를 할 경우 경제번영을 돕겠다는 미국의 협상 방식으로는 북한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아직 신뢰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대 문 교수는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이 장밋빛 경제번영을 이야기해봐야 북한에 설득력이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 제안은) 현금이 아니라 어음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비유했다.

문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의 정의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북한은 비핵화를 공식적으로 정의한 게 없다. 최종적 비핵화 상태가 어떤 거라는 것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북한이 협상 목표를 공유하기보다 그 아래의 (단계적) 작은 것들만 이야기하다 보니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지도자가 ‘완전한 비핵화’를 몇번씩 이야기했음에도 의심받는 것이다. 북한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과제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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