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김택진 文대통령 향해 “역차별 해소” 작심발언…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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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7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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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대표 “정부가 좀더 스마트해졌으면…” 직격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9.2.7/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9.2.7/뉴스1
7일 청와대 초청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자리를 마주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정부가 ‘국내기업 역차별 해소’에 힘써주기를 요청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진행된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한 이해진 GIO와 김택진 대표는 문 대통령과는 두번째 대면하는 자리였다. 이해진 GIO는 지난해 10월 유럽순방에 동행했고, 김택진 대표는 올 1월 200여명이 참석한 ‘대통령과 기업인들과의 대화’에서 대통령 왼쪽 옆자리에 배석한 바 있다.

당시에는 이같은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두 기업인들은 이날 벤처 1세대와 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돌파한 일명 ‘유니콘’ 기업 대표 등 혁신벤처기업인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작심한듯 해외기업들이 국내에서만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는 현실을 꼬집으며 역차별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해진 GIO는 “경쟁사들은 모두 글로벌 기업인데 그들은 한국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면서 “인터넷망사용료나 세금을 내는 문제도 국내기업과 해외기업에게 적용되는 법안들이 동등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더욱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기를 북돋아주길 바란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정부의 지원책이 있을 때마다 시장경제를 왜곡시키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면서 “지원하더라도 시장경제의 건강성을 유지시켜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어 김 대표는 작심한듯 “우리 정부는 자국기업 보호를 위한 울타리없이 해외기업만 쉽게 유입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좀더 스마트해지면 좋겠다”며 직격타를 날렸다.

1세대 벤처창업자이자 정보기술(IT) 대표주자로 참석한 이해진 GIO와 김택진 대표가 마치 약속이나 한듯 ‘국내기업 역차별’ 문제를 지적한 것은 IT산업 곳곳에서 이 문제로 국내기업들이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해진 GIO는 이 문제를 거론한 적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국정감사때도 ‘국내기업의 역차별 문제’의 심각성을 거론했고, 지난해도 국회나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법안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미국 구글의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는 국내 모바일 동영상 점유율이 86%에 이른다. 반면 토종 ‘아프리카TV’나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 네이버의 ‘네이버TV’가 한자릿수 점유율에 머물고 있다. 토종 동영상 플랫폼은 국내법으로 강력한 제재를 받지만 유튜브는 해외에 서버를 둔 탓에 국내법으로 규제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가짜뉴스와 포르노 영상이 판을 치고 있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최근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도 통신사들이 수조원을 들여 깔아놓은 통신망을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떤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은 국내 통신사에 망사용료를 매년 수백억원씩 지불하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한푼도 내지 않는다. 이는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국내 통신업계와 인터넷업계는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가 늘어나면 이같은 망쏠림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5G는 트래픽 속도가 4G에 비해 20배 이상 빠르기 때문에 동영상 소비가 그만큼 늘어날 것이고, 이는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이용자 쏠림을 낳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이해진 GIO는 문 대통령과 만나는 자리에서 직격타를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김택진 대표 역시 중국 게임과의 역차별 문제를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국내 게임1위 넥슨은 중국 자본을 앞세운 기업에 매각될 처지여서, 사실상 토종 게임사는 엔씨소프트만 남게 될 수도 있다. 중국 자본의 국내 게임시장 점령은 기술유출이나 ‘베끼기’ 현상을 낳아 토종게임의 씨를 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로 국내게임업체들을 옥죄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불려나가 이 문제로 곤혹을 치룬 바 있는 김택진 대표는 ‘시장경제의 건강성 유지’라는 표현으로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에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날 1세대 벤처기업인으로 네이버 이해진·엔씨소프트 김택진·마크로젠 서정선 대표가 자리했고, 유니콘 기업인으로는 쿠팡 김범석·우아한형제들 김봉진·L&P코스메틱스 권오섭·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가 함께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간담회에 초청받았지만 해외 출장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정부에서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장병규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정태호 일자리수석, 윤종원 경제수석 등이 자리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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