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현재 인식 틀로는 개혁 못해”… 개선안 논의했던 제도발전委 위원들 강력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靑참모들 시민단체 의견만 들어… 2020년 총선 의식 정치적 결정”

7일 국민연금 제도개선안의 전면 재검토 소식이 전해지자 개선안 논의에 참여했던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 위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도발전위는 바람직한 국민연금 개편을 위해 2017년 12월 출범한 민간 전문가 그룹이다.

김상균 위원장을 포함한 총 16명의 위원은 약 8개월의 논의 끝에 올해 8월 보건복지부에 제도개선 권고안을 제출했고, 정부는 이를 토대로 개선안을 마련했다. 청와대의 재검토 결정에 따라 전문가들이 내놓은 권고안 역시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이날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제도발전위원들은 격앙된 어조로 불만을 쏟아냈다.

오건호 위원(‘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개혁의 불가피성을 설득해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반대하고 나서면 개혁 출구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보험료 인상을 (우리 세대의) ‘책임’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논의를 이끌어야 하는데 지도자가 나서서 이걸 ‘부담’이라고 강조한 꼴”이라며 “대통령이 갖고 있는 인식 틀에서는 연금 개혁을 못 한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참모진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A 위원은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이 문제다. 정치적 실세 그룹에 있는 사람들이 시민단체 쪽 얘기를 듣다 보니까 균형된 얘기를 듣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B 위원도 “합의라는 말이 좋기는 한데, 국민들 뜻을 모아서 한다면 누가 돈을 더 내고 싶겠느냐”면서 “이럴 때 참모들이 지도자를 설득해야 하는데…”라며 한탄했다. C 위원은 “청와대가 자문하는 학자들의 말만 듣는다. 방향을 처음부터 강력하게 정해줘도 (연금 개혁이) 될까 말까인데 하나도 정해주지 않고 다시 해오라니 말이 되느냐”고 분개했다.

이번 재검토 지시가 2020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고려라는 지적도 나왔다. D 위원은 “정권 실세들로부터 ‘보험료를 올리면 다음 총선 어렵다’는 얘기를 듣다 보니 이런 결정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 위원은 “일반적인 법의 순리대로라면 정부가 전문가들의 복수 안을 검토해서 하나의 개선안을 내야 하는데 정부나 여당이 반대 여론이 두려워 못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tnf@donga.com·박은서·김하경 기자
#국민연금#문재인 정부#연금개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