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보험료 인상 부담… 여론 눈치에 자꾸 미뤄지는 연금개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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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국민연금 개선안 퇴짜]
소득대체율 50%로 높이려면 20년째 동결 보험료율 인상 필수
개혁 늦추면 미래세대 부담 눈덩이
경사노위, 내년후반기에나 결론… 총선 앞둔 시점 인상 더 힘들어


7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연금 제도개선안을 보고받은 뒤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자 보건복지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사실상 나중에 받을 연금액은 늘리면서 지금 내야 할 보험료는 올리지 말라는 ‘모순된 지시’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대통령 보고안에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퇴 전 평균소득에서 연금으로 받는 비율)을 현행 40%에서 45∼50%로 올리고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15%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대체율 50%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다. 이를 달성하려면 20년째 동결된 보험료율을 높이는 게 필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보험료 인상(폭)이 국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는 보험료를 동결하거나 인상 시점을 늦추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험료를 올리지 않으면서 소득대체율을 높이라는 달성하기 힘든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사실 복지부가 보고한 보험료 인상 폭은 실제로 필요한 것보다 턱없이 작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고 보험료율을 13%로 높일 경우 2065년이면 현재 630조 원인 적립금이 바닥난다. 소득대체율 45%안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 보험료율을 2034년 12.3%, 2044년 17.9%로 각각 인상해도 연금 재정은 2075년 적자로 돌아선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소득대체율 50%는 보험료율을 20%로, 소득대체율 45%는 보험료율을 16%로 각각 올렸을 때나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국내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보험료 인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 늦추면 미래 세대의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보험료 인상에 제동을 걸면서 연금개혁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대통령이 가장 강조한 것은 사회적 합의”라며 “돈을 더 내더라도 연금을 더 받고 싶다는 요구부터, 현재 구조를 그대로 두라는 요구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이런 점에서 국민 의견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반영해 수정하라는 취지”라고 했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연금개혁특위의 논의 결과 등을 더 반영하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사노위 연금개혁특위는 내년 하반기에나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때는 2020년 4월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어 보험료를 인상하기 더 힘들다.

이 때문에 결국 국민연금 개편 논의를 사실상 미루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 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다음 정권까지 염두에 둔 정치적 결정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보험료율을 손대지 않으면서 연금 재정을 안정화할 수 있는 옵션은 많지 않다. 그 중 하나가 연금의 ‘소득상한액’을 올리는 방안이다. 현재 연금 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 상한은 월 468만 원이다. 이보다 월급이 더 많아도 보험료를 더 낼 수는 없다. 이 소득상한선을 높이면 고소득 가입자 242만 명에게서 보험료를 더 걷을 수 있다. 당장 재정 흑자가 커지겠지만 이는 임시방편 조치다. 소득상한액을 높이면 나중에 돌려줘야 할 연금도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건드리지 않고 기초연금을 올려 노후 소득을 높여주는 방안도 있다. 정부안에도 현재 월 25만 원인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올리는 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기초연금 예산은 11조5000억 원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국민연금#문재인 정부#보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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