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자기정치 멈춰라”… ‘靑 넘버2’ 겨눈 野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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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2인자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문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임 실장을 향해 “자기 정치를 하고 싶다면 비서실장 
자리에서 내려오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2인자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문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임 실장을 향해 “자기 정치를 하고 싶다면 비서실장 자리에서 내려오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2인자’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겨냥한 야당의 공세 수위가 눈에 띄게 거세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청와대를 대표해 임 실장을 공격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면에는 미묘한 차기 대권 경쟁 구도까지 부각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응을 자제해 온 청와대도 결국 대변인이 논란 차단에 나섰다.

포문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열었다. 손 대표는 29일 임 실장을 겨냥해 “자기 정치를 하고 싶다면 비서실장 자리에서 내려오라”며 “비서실장이 왜 대통령까지 제치고 청와대 홈페이지 첫 화면에 나서서 야단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임 실장은 대통령 외유 기간 중 국가정보원장, 국방부 장관, 통일부 장관을 대동하고 비무장지대(DMZ)를 시찰하더니, 엊그제는 청와대 홈페이지 첫 화면에 화살머리고지를 방문한 유튜브 영상이 방영되는 촌극이 빚어졌다”며 “국민은 또 하나의 차지철, 또 다른 최순실을 보고 싶지 않다. 촛불을 똑똑히 기억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임 실장이 자기 정치를 했느냐”고 반문하며 “그(손 대표의 주장) 자체에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DMZ 방문은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상황을 점검하고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임 실장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실장이 이행추진위원장 자격으로 남북문제도 관할하는 등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 실장은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갈등설과 경제 지표 악화로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각종 정책 관련 회의도 챙기고 있다.

임 실장에 대한 공세가 집중되면 집권 2년 차 청와대로서는 금기시할 수밖에 없는 ‘차기 대권 주자’ 논란이 가열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여권의 고민이다. 특히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관계 설정도 애매해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임 실장이 전면에 등장할수록 문재인 대통령이 이 총리를 ‘책임 총리’로 규정해 온 것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 실장의 근무 기간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임 실장은 다음 달이면 취임 1년 6개월째인데,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비서실장으로 가장 오래 일한 이병완 전 실장과 비슷한 기간이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청와대 개편에서 임 실장이 유임된다면 야당은 “임 실장밖에 없느냐”며 공세를 이어갈 수 있고, 반대로 임 실장 후임을 두고 여권 내 알력 다툼이라도 벌어지게 된다면 야당에는 ‘꽃놀이패’가 된다.

청와대는 이런 점을 고려해 야당의 ‘임종석 때리기’에 휘말리지는 않겠다는 판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 실장이 권한 외의 일을 한 적도 없고,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문 대통령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방적인 주장에 정면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최고야 기자
#임종석#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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