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안 발의 하루 앞두고 조항3곳 수정 ‘졸속’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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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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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2020년 5월 30일 시행’ 등 25일 법제처 요청에 문구 변경
문재인 대통령, 26일 UAE서 전자결재
민주당 “즉각 머리 맞대고 논의”, 한국당 “독재정권처럼 일방 추진”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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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개헌안 발의를 예고하면서 정치권은 급속히 청와대발(發) 개헌 정국으로 빨려들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개헌안을 의결한다. 문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오전 6시(현지 시간) 전후에 전자 결재를 하고,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하지만 발의 하루 전 법제처의 의견을 수렴해 일부 조항을 갑자기 고치는 등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 실시하기 위해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 발의 하루 전날 일부 수정하며 졸속 논란 자초

청와대는 25일 오후 갑자기 개헌안 중 선거연령 18세 하향 등 일부 조항을 수정해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18세 이상의 모든 국민은 선거권을 가진다’는 개헌안 제25조를 ‘모든 국민은 선거권을 가진다. (중략) 18세 이상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한다’는 문구로 조정했다. 개정 조항이 18세 미만의 국민에 대한 선거권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시행 시기를 다룬 부칙 1조 1항도 논란 소지가 있어 수정했다. ‘이 헌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다만, 법률의 제정 또는 개정 없이 실현될 수 없는 규정은 그 법률이 시행되는 때부터 시행한다’는 단서 조항에 따라 시행일이 마냥 지체될 수도 있기 때문. 청와대는 이를 ‘법률의 제정 또는 개정 없이 실현될 수 없는 규정은 그 법률이 시행되는 때부터 시행하되, 늦어도 2020년 5월 30일에는 시행한다’로 변경했다.

또 개정안 제35조 제2항의 ‘모든 국민은 장애·질병·노령·실업·빈곤 등 다양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적정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은 ‘모든 국민은 장애·질병·노령·실업·빈곤 등으로 초래되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적정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것으로 고쳤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3시경 법제처의 심사 결과를 받아 해당 조항을 수정했다.

○ 우원식 “문 닫아걸고 논의” vs 야당 “관제 개헌”


문 대통령이 26일 개헌안을 발의해 국회에 접수, 공고되면 헌법상 국회는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찬성이든 반대든 5월 24일까지는 의결해야 한다. 대통령 개헌안이란 카드를 받은 정치권은 자체 개헌안을 만들어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시킨 뒤 발의하거나, 합의에 실패하면 대통령 개헌안을 표결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25일 본보와 통화에서 “국회가 역할을 못 해 대통령이 개헌안을 낸 것 아니냐”며 “지금이라도 여야가 문을 닫아걸고 머리를 맞대 개헌 합의를 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대통령의 일방적 발의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자유당, 유신헌법, 5공 등 독재정권 시절 개헌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도 이날 “개헌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모든 책임을 국회에 전가하고 이를 통해 지방선거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입지를 점하겠다는 의도 말고는 설명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좋은 개헌안이지만 모든 야당이 반대하는 발의는 거두시길 바란다”고 했다.

장관석 jks@donga.com·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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