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정원 댓글은 불법 선거운동”… 檢 추가증거가 결정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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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징역4년 법정구속

다시 구치소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30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법원은 국정원 심리전단이 원 전 원장의 지시로 정치 관여와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고 판단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다시 구치소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30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법원은 국정원 심리전단이 원 전 원장의 지시로 정치 관여와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고 판단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6)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원은 “국정원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은 직무범위를 벗어난 정치 관여이며 불법 선거운동”이라고 결론 내렸다. 1심에서 무죄, 항소심에서 유죄로 결론이 엇갈렸던 2012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개입 혐의(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다시 유죄가 선고된 것이다. 원 전 원장이 2009∼2012년 국정원에서 주재한 ‘전 부서장 회의 녹취록’ 원본과,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이 청와대에 올린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보고서 등 검찰이 제출한 추가 증거들은 재판부의 유죄 판단에 유력한 근거가 됐다.

이날 파기환송심의 최대 쟁점은 국정원 심리전단 활동이 불법 선거운동으로 인정될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 중 △18대 대선 입후보자들의 출마 선언일 이후 특정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한 글 △각 정당의 대선 후보자 확정일 이후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글을 올린 행위는 선거운동으로 판단했다. 이런 기준에 따라 재판부는 심리전단의 트위터 활동 10만6513회, 인터넷 게시물 또는 댓글 작성 93회, 인터넷 게시물 찬반 클릭 1003회가 불법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심리전단 직원들의 게시물 등은 여당과 여당 후보를 노골적으로 옹호, 지지하거나 야당 및 야당 후보자를 반대, 비방하는 내용이어서 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 전 원장이 국정원 내부 회의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국정원이 없어진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점 △국정원이 평상시 각종 선거에서 여당의 승리를 목표로 여론조사 등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선거법 위반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지난달 24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추가로 낸 증거들이 결정타가 된 것이다.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됐던 국정원법 위반(정치 관여)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직접 거론하며 지지나 반대를 표명한 글, 현직 대통령 지지 및 옹호 글 등은 모두 정치 관여 행위로 판단했다.

심리전단 직원의 이메일에서 발견된 ‘425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이어 이날 선고에서도 인정되지 않았다. 두 파일을 증거로 쓰려면 형사소송법에 따라 파일 작성자로 추정되는 국정원 직원이 작성 사실을 법정에서 인정해야 하는데, 그 같은 증명이 안 됐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425지논 파일’은 2012년 4월 25일부터 같은 해 12월 5일까지 원 전 원장의 지시사항 요점을 정리한 문서 파일이다. ‘시큐리티 파일’은 심리전단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 269개의 정보가 담긴 파일이다. 재판부가 두 파일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음에 따라 심리전단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 수는 항소심(716개)보다 적은 391개만 인정됐다.

원 전 원장의 형량은 항소심(징역 3년, 자격정지 3년) 때보다 무거워졌다. 재판부가 원 전 원장에게 선고한 징역 4년은 검찰 구형량과 똑같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한 일은) 절대 허용될 수 없는 행위이며 위법성이 크다”며 “30년 이상 공직에 근무한 공직자가 이런 일을 했다는 것을 납득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원 전 원장은 앞서 건설업자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1년 2개월간 만기복역했다. 출소 직후인 2015년 2월 ‘댓글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8개월간 복역했던 원 전 원장은 2015년 10월 파기환송심 중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날로 3번째 구치소에 수감된 원 전 원장은 대법원의 재상고심에서 파기환송심대로 징역 4년형이 확정되면 2020년 12월까지 복역해야 한다.

이날 원 전 원장은 흰색 셔츠에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나타났다. 선고가 이어지는 동안 원 전 원장은 유죄 판결을 예감한 듯 시종 무거운 표정이었다. 가끔 눈을 감거나, 숨을 깊게 들이쉬는 모습도 보였다. 원 전 원장의 변호인 배호근 변호사는 “판결에 수긍할 수 없다”며 재상고 의사를 밝혔다.

권오혁 hyuk@donga.com·이호재 기자
#원세훈#국정원#선거운동#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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