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레드라인 넘어섰다” 국방장관의 섣부른 발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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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적 옵션 고려’ 의미로 통용… 靑은 “임계치에 왔다” 유보적
우상호 “부적절 언급… 기준 뭔가”
宋국방 “외교적 수사” 수위 조절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를 두고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섰다”고 지속적으로 언급해 논란이 됐다. 김정은이 레드라인을 넘어섰다면 곧장 미국의 선제타격 등 군사적 옵션이 가능한 단계인데, 국방장관이 아직 군사적 평가가 진행 중인 민감한 사안에 대해 무신경하게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선언했기 때문.

송 장관은 이날 정의당 김종대, 자유한국당 김학용, 무소속 이정현 의원 등의 질문에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고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도발 직후 청와대 관계자는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왔다”며 아직은 레드라인을 완전히 넘기 전이라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4일 북한의 첫 ICBM급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길 바란다”며 역시 송 장관과 온도차를 보였다.

송 장관의 레드라인 발언이 거침없이 이어지자 급기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제지하고 나섰다. 우 의원은 “(레드라인이라는 것이) 표현으로는 멋있고 화끈해 보일 수 있지만, 선언적으로 라인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 의원이 “우리 정부가 설정한 레드라인의 구체적 기준이 뭐냐”고 묻자 송 장관은 “(우리가) 레드라인 기준을 설정한 것은 아니고, 외교적 수사로서 미국 대통령이나 미국에 위협이 되느냐의 여부를 두고 미국 언론에서 레드라인을 쓰고 있다”며 “그 선을 넘기 전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뒤늦게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

군 내부에선 북한의 6차 핵실험이나 핵탄두 소형화 성공, ICBM 시험 발사 등이 레드라인의 기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미 당국은 이를 명확히 정의하지는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인터뷰에서 레드라인에 대해 “그 문제는 내가 명확하게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지 않겠다”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도 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북한#미사일#송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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