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텔스기 27일 그믐에 북폭?… 한반도 4월 위기설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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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체크]안보관련 ‘지라시’ 기승

미국 NBC방송의 앵커 레스터 홀트 씨는 3일과 4일(현지 시간) 뉴스를 한국 오산기지에서 진행하며 한반도 상황을 전했지만 ‘8분 동안 북폭 관련 보도를 했다’는 사설정보지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다. NBC방송 웹사이트 캡처
미국 NBC방송의 앵커 레스터 홀트 씨는 3일과 4일(현지 시간) 뉴스를 한국 오산기지에서 진행하며 한반도 상황을 전했지만 ‘8분 동안 북폭 관련 보도를 했다’는 사설정보지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다. NBC방송 웹사이트 캡처

5·9대선을 앞두고 최근 한반도 주변 정세가 심상치 않자 이를 틈타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거짓 사설정보지(지라시)가 유포되면서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정보지에는 미국의 북한 폭격설, 중국의 김정은 망명 설득설 등 그럴듯한 주장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런 정보지에 담겨 있는 내용들은 대개 근거가 없고, 신빙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 27일 그믐에 김정은 폭격?

주한 日대사 “한일 확실히 협력할 필요”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10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과 면담을 마치고 나가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나가미네 대사는 시리아 공습과 북한 문제를 
언급하며 “한국과 일본은 이런 와중에도 확실히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주한 日대사 “한일 확실히 협력할 필요”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10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과 면담을 마치고 나가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나가미네 대사는 시리아 공습과 북한 문제를 언급하며 “한국과 일본은 이런 와중에도 확실히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최근 가장 많이 퍼지고 있는 거짓 정보의 핵심은 “미국이 이달 27일 그믐을 맞아 스텔스기를 보내 북한을 폭격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 기간에 미국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티베트나 신장위구르, 동중국해 문제에서 중국에 선물을 주고 대신 북폭을 용인 받았다”는 해석까지 곁들인다.

‘27일 북폭설’을 처음 소개한 곳은 ‘저팬비즈(Japan biz)’라는 일본의 블로그 성격 온라인 매체다. 지난달 15일 올린 ‘미군의 북한 공습은 4월 27일일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군이) 북한을 공격하는 것은 초승달 부근의 어두운 밤인 것으로 보인다”며 27일(음력 3월 2일)을 유력한 공습일로 꼽았다.

하지만 신빙성이 전혀 없는 내용이다. 군 당국은 10일 북한 폭격설을 “유언비어”라고 일축했다. 먼저 스텔스기는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어두운 날을 택해서 공격할 필요가 없다.

또 군 당국자는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독자적으로 북한을 공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면서 “한미동맹을 파괴하는 ‘자해 행위’를 미국이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대북 선제타격을 하려면 전면전을 각오하고 한미 연합작전계획(OPLAN)에 따라 대규모 육해공 증원 전력을 한반도에 전개해야 하는데 그런 조치가 취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대북 선제타격 개시 전에 한국에 거주하는 15만 명이 넘는 주한미군 가족과 미국인을 주일미군 기지와 미 본토로 소개(疏開)하는 작업도 이뤄져야 하지만 그런 징후도 없다. 한미 군 당국은 대북방어태세(데프콘·Defcon)와 대북감시태세(워치콘·Watchcon)를 격상시키지 않고, 기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미국 NBC의 간판 앵커가 오산 미군기지에서 생방송으로 8분간 북폭 가능성 방송을 하고 떠났다”는 이야기도 유포되고 있지만 역시 거짓이다. 미국 NBC 앵커 레스터 홀트가 3일과 4일(현지 시간) 메인 뉴스를 한국 오산기지에서 생방송으로 진행한 것은 맞지만 북폭 관련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는 오산기지 일부를 독점 공개하는 등 북한의 폭격에 대비한 방어적 성격의 훈련 장면을 다수 공개했다.


○ 김정은이 인도네시아로 망명?

“중국이 4월 말까지 김정은을 인도네시아로 망명하도록 설득한다”는 내용은 더욱 황당하다. 설령 중국의 설득으로 김정은이 망명한다면 중국으로 가는 게 순리에 맞다. 국제사회의 비난 등 위험을 무릅쓰면서 김정은을 보호해줄 이유가 없는 인도네시아까지 갈 이유는 없어 보인다. 지난 5년 동안 피의 숙청을 통해 정권의 안정성을 굳히고 수없이 군부대를 찾아 전쟁 준비를 격려한 김정은이 공습 위협 때문에 망명할 것이라는 점도 설득력이 낮다.

정부 관계자는 “근거 없는 북폭설 등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거나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근거 없는 소문이 와전되며 퍼지고 있고, 한반도 전쟁 위기설로 고조되면서 국민의 불안과 혼란을 가중시키는 상황에서 정부와 군이 어느 정도 나서 국민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성하 zsh75@donga.com·한기재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폭설#북한#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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