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30일간 호랑이처럼 포효… 어머니가 절망않는 나라 만들것”
‘따뜻한 남자’ 이미지 구축 나서
경남도 내년 6월까지 대행체제… 유승민 “꼼수사퇴 방지법 제정을”
‘스트롱맨’을 자처해온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가 연설 도중 눈물을 훔쳤다. 홍 후보가 공식 석상에서 눈물을 보인 건 처음이다.
홍 후보는 10일 열린 경남도지사 퇴임식에서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와 좌파 세력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도민의 혈세가 쓰인 곳엔 반드시 감사가 뒤따른다는 걸 보여줬다”며 “민주노총과 전교조라는, 거대한 특권을 누리는 양대 단체를 상대로 도민과 공무원이 만들어낸 자랑스러운 결과”라고 자평했다.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에도 현직 도지사 신분이라 입이 묶여 있던 홍 후보가 ‘봉인’이 풀리자마자 던진 첫 메시지가 민주노총, 전교조를 향한 ‘선전포고’였던 셈이다. 홍 후보는 대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을 3분 앞둔 전날 오후 11시 57분경 사임통지서를 제출했다.
홍 후보는 또 채근담에 나오는 ‘복구자비필고(伏久者飛必高·엎드려 때를 기다린 자는 반드시 높이 난다)’를 인용하며 “(대선까지) 남은 30일 동안 백두산 호랑이처럼 세상을 향해 포효해 보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홍 후보는 “도청 가족 여러분, 4년 4개월 동안 정말 고마웠다”고 말할 무렵 울먹이며 손수건을 꺼내 들었다. 그는 “아버지, 어머니 산소가 가까이 있어 자주 갈 수 있어 좋았다”며 “제 어머니 같은 분이 좌절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목에선 감정이 복받쳐 말을 잇지 못했다.
정치권에선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인간적인 면모다”는 해석도 있었지만 “의도된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막말 논란’ 프레임을 깨기 위해 보수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가족을 들고나와 ‘따뜻한 남자’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란 것이다. 홍 후보는 전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아내가 싫어하는 일은 절대 안 한다. 애들과 약속한 건 무조건 지킨다”며 ‘가정적인 가장’ 이미지를 내세웠다.
홍 후보의 사퇴로 경남도는 10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447일을 선출직 도지사 없이 행정부지사가 권한을 대행하게 됐다. 홍 후보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던 서민자녀 장학사업과 서부 대개발, 경남미래 50년 사업 등이 차질을 빚을 거란 우려도 나온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 후보는 이날 홍 후보의 ‘꼼수 사퇴’를 지적하며 “홍준표 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온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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