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간판앵커 ‘한반도 라이브’… 안보공약은 최악을 대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6일 00시 00분


코멘트
북한이 5일 함경남도 신포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한미 군 당국은 2월 12일 발사에 성공한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북극성-2형(KN-15)’ 계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극성 2형은 고체연료를 써 발사 준비 시간이 매우 짧고 이동식 발사차량에 탑재돼 탐지가 어렵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간 단계로 일본과 괌 미군 기지를 사정권에 두기 때문에 명백히 미국을 겨냥한 무기다.

이번 비행거리는 60여 km로 길지 않았지만 방위각 93도의 고각(高角) 발사여서 최고 고도가 189km까지 됐다. 사실상 실패했다는 관측과 의도적으로 비행거리를 조절해 저강도 무력시위를 선택한 것이란 관측이 엇갈린다. 하지만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제사회에 북이 핵과 미사일에서 추호도 타협할 뜻이 없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선 분석이 일치한다. 미중 회담에서 왜 이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져야 하는지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더 커졌다.

지금 한반도는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을 정도다. 북핵 시설 선제타격이 검토됐던 1994년 북핵 위기 때처럼 미 3대 공중파 중 하나인 NBC의 간판 앵커까지 한국에 날아와 최전방을 취재하고 한반도 긴장을 전하는 뉴스를 저녁 생방송으로 보낼 정도다. 미 국민 58%가 한중(韓中)이 군사적으로 대립하면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그런데 자칫 전장이 될지 모를 곳에 사는 우리는 조용하다. 어제도 각 대선 캠프는 보수 통합, 패권 청산 등 국내 정치에만 몰두했다. 기껏 미사일 도발에 대해 언급한 게 의례적 규탄 수준이었다. 차기 지도자가 가장 중요하게 풀어야 할 숙제가 안보 위기지만 대선 주자들의 안보 공약은 뒷전으로 밀려 있다. 북한 정권을 보는 시각도 너무 달라 오히려 불안감을 준다.

문재인 후보는 사드 배치를 다음 국회에 넘기자며 사실상 중단하자는 입장이고 유엔 제재와 대북 공조를 무력화시킬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까지 주장한다. 안철수 후보도 개성공단에 대해 ‘부활에 노력하겠다’ 했다가 ‘재개는 불가능하다’고 번복했다. 홍준표 후보는 북에 대한 강한 응징을 일관되게 주장하지만 대북 억지력 강화나 국방개혁에 대한 정밀한 공약이 없다. 5주 뒤 어떤 안보관과 외교 역량을 가진 후보가 국가 지도자가 되느냐에 따라 우리 운명이 달라진다.
#북한 탄도미사일#중거리탄도미사일#안보#북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