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사회, ‘北망명정부’ 기대반 우려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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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민주화 새 가능성” 찬성 많지만 “한국내 탈북자 불신 키워” 의견도
정부는 “대한민국 헌법에 어긋나”

 
10월 7일자 A1면.
탈북 엘리트들이 미국에서 북한 망명정부 설립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탈북자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북한 민주화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보고 적극 찬성하는 의견과 대한민국 헌법에 어긋나는 행동은 탈북자 사회를 더욱 고립시킬 것이라는 반대 의견으로 나눠지는 양상이다.

 대표적 탈북자 단체 30개가 모여 결성한 ‘북한인권법 실천을 위한 단체연합’의 김성민 상임대표는 7일 “북한 망명정부는 수립 자체만으로도 김정은에게 엄청난 공포를 주는 효과가 있다”며 “북한을 해방시키려는 전 세계의 역량을 모으기 위해 망명정부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북 엘리트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한 커뮤니케이션 단체방에서도 망명정부가 커다란 화젯거리가 됐다. 반대 의견은 소수였고 지지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탈북자 단체장은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망명정부를 공공연하게 주장할 순 없지만, 심정적으론 대다수가 설립됐으면 하길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망명정부가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란 지적도 없지 않다. 한 탈북 엘리트는 “망명정부가 설립돼도 구심점이 될 상징적 인물도 없고 실질적 활동도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행동 때문에 한국 국민이 탈북자들을 믿지 못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실리를 따져볼 때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망명정부를 김정은 체제를 흔들 심리적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탈북인은 “북한 엘리트들에겐 탈북자들이 만든 망명정부와 손잡고 내부적으로 큰일을 도모하겠다는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탈북자 주도의 망명정부 설립 움직임에 대해 정부는 강하게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 망명정부 설립은 북한 땅을 대한민국의 영토로 규정한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행위로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망명정부를 거론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를 부인하는 일탈 행위”라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망명정부#탈북자#새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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