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결 정치’ 계속할 바엔 차라리 개헌은 어떤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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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학자 출신인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정종섭 의원이 어제 “지금까지 국가 운영방식에서 국회가 발목을 잡으면 통치 불능 상태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았다”며 “10월까지 국회 내에 개헌특위를 구성해 내년 4월까지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따지고 보면 지난 일주일의 국회 파행도 내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힘자랑에 나선 거야(巨野), ‘내 임기에 레임덕은 없다’는 대통령, 그런 대통령에게 충성경쟁을 벌이는 여당과 당 대표의 합작품이었다. 국회의장도 ‘심판’보다는 ‘선수’로 나서 대권 욕심을 드러냈다. 여소야대 20대 국회 개원 4개월 만에 4번이나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는 상황에 청와대에서도 개헌을 물밑 검토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 의원은 행정자치부 장관 시절인 2014년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놓고 국회 파행이 계속됐을 때 “내각제였다면 국회를 해산해야 할 상황”이라는 말로 국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적이 있다. 친박 중에서도 진박(진실한 친박)으로 꼽히는 정 의원이 개헌 공론화 뜻을 밝힌 것이 예사롭지 않다. 박 대통령은 2년 전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며 개헌에 부정적이었다. 정 의원은 대통령과의 교감 가능성은 부인하면서도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진다면 대통령께서도 반대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국회의 ‘20대 국회 개헌추진 모임’에 여야 현직 의원 190여 명이 참여하고 있어 개헌선인 재적 3분의 2에 육박한다.

 직선 대통령제를 도입한 현행 헌법은 1987년 사실상의 시민혁명 상황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단임 대통령 5년 안에 치적 쌓기에 급급한 정책과 필연적 레임덕, 정권교체를 노리는 야당의 국정 발목 잡기는 실패한 대통령을 양산했다. 개헌할 경우 권력구조는 국민의 의사를 물어 결정할 일이지만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은 나누고 비대해진 국회 권력의 책임은 강화돼야 한다.

 개헌 논의를 하려면 유력한 미래권력이 부각되지 않는 지금이 적기(適期)일 수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법이나 제도를 바꾸는 것보다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며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더민주당 내에는 김종인 전 대표를 비롯한 개헌론자들이 즐비하다. 20대 국회 개원사에서 개헌론을 제기했던 정세균 의장은 개헌특위 구성을 추진해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역대 대통령은 취임 초 개헌에 부정적이다가 임기 후반에는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한 경우가 많다. 야당 또는 유력한 대선주자로부터 권력 연장을 위한 기도라는 공격을 받고 좌절됐을 뿐이다.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 개헌론에 제동을 걸었던 박 대통령의 임기에 개헌이 추진된다면 권력 연장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킬 방안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헌법학자#새누리당#친박#정종섭#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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