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날린 이한구의 칼… “黨과 정체성 맞아야” 유승민 겨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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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29]與 TK 4명 컷오프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14일 대구지역 현역 의원 4명을 컷오프(공천 배제)시킴으로써 여권 내 공천 내전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갈등 폭발의 분수령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대구 동을)의 공천 탈락 여부다. 그를 공천에서 배제한다면 비박(비박근혜)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침묵 공세’를 펴온 김무성 대표도 공관위와 청와대를 향해 ‘정치적 저항’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친박(친박근혜)-비박계 간 극한 대립이 결국 ‘루비콘 강을 건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대구발 물갈이 태풍’ 본격화

이날 컷오프 명단에 오른 3선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은 공관위 결정에 강력 반발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구 관리를 엉망으로 해 지역구를 버리고 도망간 사람(이한구 공관위원장을 지칭)이 지역구 관리를 열심히 한 데다 경쟁자도 없어 단독 후보인 나를 아무 이유 없이 탈락시키는 건 대구 시민을 능멸하는 것이고 폭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역 주민과 상의해 무소속 출마도 배제하지 않겠다. 내일(15일)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특임장관을 지내 친이(친이명박)계로 통한다. 친박계가 구원(舊怨)을 갖고 ‘공천 학살’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주 의원은 현역 의원 가운데 불교계와 가까워 불교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날 대구에서만 주 의원을 포함해 권은희(북을) 서상기(북갑) 홍지만 의원(달서갑)이 공천 배제됐다. 대구지역 전체 의원 12명 중 3분의 1이 교체된 것. 공천이 확정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수성갑)와 불출마를 선언한 이종진 의원(달성)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 6명의 운명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지역 공천 면접을 하루 앞둔 지난달 25일 ‘대구 지역 현역이 절반 이상 교체될 거라는 풍문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것밖에 안 날려요?”라며 뼈 있는 농담을 했었다.

이제 당 안팎의 관심은 유 전 원내대표의 공천 여부다. 이 위원장은 이날 공관위 회의에 앞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비장한 각오로 중요한 결정을 과감하게 내리겠다”며 세 가지 컷오프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 국회의원으로서 품위를 손상시킨 사람, 둘째 당 정체성과 관련해 심각하게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한 사람, 셋째 상대적으로 편한 지역에서 다선 의원의 혜택을 누린 사람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실제 다선 의원 2명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당내에선 ‘당 정체성과 관련해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한 사람’이 유 전 원내대표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유승민과 윤상현 ‘동반 탈락설’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중순 국회법 개정안 파동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박 대통령은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유 전 원내대표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사퇴의 변에서 헌법 1조 1항(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을 인용해 박 대통령이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박 대통령은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해 달라”며 ‘진박(진짜 친박) 후보 논란’에 불을 댕겼다. 결국 친박계에서는 유 전 원내대표의 공천 배제를 진박 후보 논란의 마침표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친박계가 ‘막말 파문’을 일으킨 친박계 핵심 윤상현 의원과 유 전 원내대표의 ‘동반 탈락’을 추진하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위원장이 밝힌 품위 손상에 윤 의원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을 패키지로 엮을 경우 친박계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윤 의원의 거취와 관련해 여권 핵심에서 ‘불출마’를 종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 전 원내대표와의 ‘맞교환’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윤 전 의원은 컷오프를 당한 뒤 무소속 출마를 하겠다며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역 외에도 추가 컷오프 대상이 나올 거란 관측도 있다. 이재오 의원(서울 은평을)은 당의 정체성, 비박계 핵심인 김성태(서울 강서을) 김학용 의원(경기 안성)은 품위 손상 등을 이유로 각각 컷오프될 수 있다는 것이다. 5선인 황우여 의원(인천 연수갑)과 4선인 정갑윤 의원(울산 중)도 다선 물갈이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이재명 egija@donga.com·송찬욱 기자
#이한구#공천#컷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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